‘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류층의 욕망을 오직 대학 입시의 시점으로 풀어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극에서 묘사되는 상류층의 입시 준비 과정을 둘러싼 설왕설래도 활발하다. 드라마가 화제를 더하면서 입시 전문가들까지 작품 분석에 열심이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속 상황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일어나지만 미처 몰랐던 이야기. ‘SKY 캐슬’이 대중의 감성을 파고드는 이유다.
# 수억원씩 받는 입시코디…진짜 존재하나
‘SKY 캐슬’은 대학병원 이사장이 서울 근교에 세운, 그들만의 세상인 스카이캐슬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대학병원 의사와 로스쿨 교수 등 상류층 인사들이 모여 사는 ‘성’으로 묘사되는 스카이캐슬에는 자녀에게 최고의 사교육을 제공해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있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향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 이런 부모 밑에서 자녀들은 방황도 하지만 대부분 그 수혜를 누리면서 왕자와 공주처럼 자라난다.
사진=JTBC ‘SKY 캐슬’ 홈페이지
주인공인 염정아는 그야말로 욕망의 화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과거를 감쪽같이 감추고 2대째 의사를 배출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그는 영특한 딸을 서울대 의대에 입학시켜 ‘3대 의사 가문’을 이루는 데 사활을 건다. 드라마는 그런 염정아를 중심으로 오나라, 윤세아, 이태란이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습을 담는다. 주연 5인 가운데 김서형의 역할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단연 자극하는 존재.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이란 설정 아래 최상류층만 상대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역할이다. 원한다고 고용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간택’을 받아야 입시코디를 받을 수 있다는 설정도 눈길을 끄는 대목. 고용 비용도 상상 이상이다. 드라마에서 정확한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대사를 통해 “아파트 한 채 값”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SKY 캐슬’이 화제를 뿌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울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1번지도 모자라, 더욱 내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입시 전쟁을 그리고 있기에 한 번 보면 좀처럼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자녀 교육을 위한 사교육과 대학입시 경쟁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관심사로 통한다는 사실이 이번 드라마의 인기로 그대로 증명된 셈이다.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과감하게 타파하는 점도 ‘SKY 캐슬’의 폭발력을 더한다. 염정아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만나온 주인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그 욕망을 위해 약자를 무참히 짓밟는다. 착하게만 묘사되는 기존 드라마 속 주인공과 다르지만 오히려 이런 설정이 시청자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JTBC ‘SKY 캐슬’ 홈페이지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엄청한 입시 전쟁을 연기로 풀어내는 염정아는 “대본을 보면서 나 역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라 입시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이라는 그는 “미쳐 날뛰는 부모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내가 겪어야 될 현실이라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렇게 배우들까지 깜짝 놀라게 하는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출발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PD는 “극본을 쓰는 유현미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녹여낸 드라마인 만큼 사람들에게 진실되게 다가가는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SKY 캐슬’은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를 보내려고 날뛰는 이야기 안에서 각종 방법과 커넥션을 다루고 있다”며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이 시청자 입장에선 짠해 보일 수도, 완전히 자신의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 드라마서 다루는 입시전쟁…어디까지 사실일까
‘SKY 캐슬’에서처럼 고등학교 3년 내내 학업은 물론 학생회장 선거나 봉사활동까지 컨트롤하는 입시코디가 진짜 존재할까. 입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디까지 거짓이고 어디까지 사실일까. 드라마를 보다보면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사실에 근거했다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설명. 심지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역시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여전히 드라마 ‘SKY 캐슬’과 똑같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입시 코디네이터는 강남 일대에서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에선 ‘입시코디’로 묘사되지만 실제론 ‘입시 컨설턴트’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드라마에서 언급된 것처럼 “아파트 한 채 값”을 받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3년간 수험생을 도맡아 계획을 세우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염정아가 은행 VVIP 고객만 초대하는 입시 설명회에서 입시코디 김서형을 만난 과정도 사실에 근거한다. 실제로 은행에서는 VVIP 고객을 위한 입시 특강 등을 열고 있다.
‘SKY 캐슬’이 수면 위로 올려놓은 입시코디의 존재는 사회적으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으로 드러난 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을 향해 또 한 번 경종을 울리는 역할도 한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비슷한 문제제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