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든, 공공장소에서든, 혹은 집안에서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충고해도 소용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혹시 중독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미있는 발표를 하나 했다. 바로 온라인게임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의학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금까지 비물질적인 것에 대한 중독으로 인정되는 유일한 정신질환은 도박뿐이었지만, 이제는 돈이라는 보상 때문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도박 외에도 격려와 칭찬이라는 보상 때문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온라인게임중독 역시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디지털 중독에 대해 보도하면서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SNS나 게임 등에 빠져사는 디지털 중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슈테른
과거에는 가족들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신문을 꼽았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가족끼리 둘러앉은 자리에서 저마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소위 말하는 ‘호모 디지털’인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스마트폰을 꺼내서 들여다보곤 한다. 아무런 일도, 그 어떤 다급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회사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접속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독일 뤼벡대학의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일인들의 경우 직장인의 4분의 3은 주말과 퇴근 후에도 업무와 관련된 메일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일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도로교통사고 발생 원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심지어 음주운전 관련 사고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때문에 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500명가량이라고 하니 이쯤되면 디지털 중독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과거 중독이라고 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몸에 해로운 물질을 만지거나, 먹거나, 마시거나, 혹은 피우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후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게 됐다. 바로 디지털 중독이다. 이제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알코올이나 하시시뿐만이 아니다. 가령 독일의 경우,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컴퓨터와 관련된 무언가에 중독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데는 혹시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슈테른’은 심리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즉, 온라인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보호해주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실 이런 마스크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엘리사(26)라는 여성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가 인터넷 중독으로 스스로 세상과 단절됐던 것은 2년 전이었다. 남친과의 결별이 발단이었다. 실연을 당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그는 집에 틀어박힌 채 외출을 하지 않았고, 급기야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말았다. 또한 알바로 일하던 술집에서도 잦은 결근과 근무 시간 동안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결국 해고되고 말았다.
엘리사는 현실의 삶이 너무 복잡하고 때로는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위로가 됐던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속 세상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마트폰을 보면서 지내는 시간 또한 많아졌다. 엘리사는 “나는 더 이상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먹지도 않았고, 하루종일 잠옷을 입은 채 생활했다. SNS에 올리기 위해 셀카를 찍을 때만 화장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인터넷 스타가 된 것처럼 상상했고, 언젠가는 동물보호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믿었다.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그는 금세 온라인에서 500명이 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과의 우정은 일방통행과도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사는 점점 더 외로워졌고, 또 슬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통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점점 더 사람들의 ‘좋아요’와 ‘하트’ 또는 ‘댓글’에 목말라했다. 온라인 친구들은 그가 SNS에서 보여준 것처럼 활동적이고 쾌활한 여성이라고 믿고 있었다. 엘리사는 “그건 정말 끔찍했다. 나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엘리사는 곧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좋아요’와 ‘하트’ ‘댓글’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데 분개했다. 몇몇 팔로어들이 팔로를 끊기 시작하면서 친구 수도 줄기 시작했다.
엘리사가 마침내 디지털 세상에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공교롭게도 디지털 중독을 부추겼던 SNS의 한 인플루언서 때문이었다. 타투 모델인 나스티가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나스티 역시 한때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곧 SNS가 자신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수많은 팔로어를 뒤로한 채 과감히 계정을 삭제해버렸다. 나스티는 “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볼 때면 내면이 찢어졌다. 누군가 LA에서 휴가를 보낸 사진을 보거나, 친구가 루이비통 가방을 여러 개 갖고 있는 사진을 보거나, 아는 사람이 베를린에 있는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사진을 볼 때마다 그랬다. 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건 바로 질투심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렇게 괴로운지 이유를 정확히 모른 채 자책하고 있을 때 친구가 던진 한 마디는 그에게 비수처럼 꽂혔다. “인스타그램이 문제야. 진심으로 말하는데 인스타그램이 너를 병들게 만들었어.”
나스티의 사례를 접한 엘리사는 결국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계정을 삭제했고, 한때 그의 삶을 지배했던 잔뜩 멋을 부린, 부자인, 지나치게 미인인 비현실적인 인물들과 작별을 고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질투, 공허함, 우울증이 깨끗이 사라졌다. 엘리사는 결국 귀농을 선택했고, 현재 그 곳에서 말들을 돌보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현실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슈테른’은 엘리사와 같은 사람들이 온라인 중독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단순히 운 때문인지, 아니면 강한 정신력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니면 마치 수십 년 동안 식료품 회사들이 설탕, 나쁜 지방, 조미료를 사용해서 맛의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SNS 회사들이 사용자들을 세뇌시키고 있는지 역시 확실하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긴 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높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슈테른’은 말했다. 이런 점에서 SNS 중독은 담배나 헤로인 중독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인물은 현재 뉴욕대학에서 심리학 및 마케팅 교수로 일하고 있는 애덤 알터(37)다. SNS 기업의 속임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알터 교수는 베스트셀러 ‘거부할 수 없는’에서 “인터넷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회사와 SNS 회사 간부들이 사람들을 SNS에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짜놓은 알고리즘과 같은 도구들을 무시하지 말라고도 충고했다.
가령 심리학자들이 생각하는 SNS의 가장 비열한 발명품은 다름아닌 ‘좋아요’ 버튼이다. 알터 교수는 “그것은 사회적 계층과 함께 또 다른 중독 요소를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알터 교수는 미국 성인의 경우 75%가 매일 24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닌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스마트폰을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다분히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알터 교수는 “헤로인 성분은 사람들이 헤로인을 흡입했을 때는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다가 그 효과가 사라지면 실망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해서 중독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디지털 중독도 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넷플릭스 시청자들이나 온라인게임 사용자, SNS 인기 스타들을 팔로하는 사람들은 게임이 끝나거나 혹은 자신이 팔로하는 스타가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으면 강도는 낮지만 비슷한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와 관련, 알터 교수는 생전에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절대 아이패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그것은 1960년대 담배회사 관계자들이 건강을 위해 자신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중독의 문제는 비단 SNS 때문만은 아니다. 컴퓨터게임 중독 역시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이를 일컫는 ‘인터넷게임장애(IGD)’는 특히 10~20대의 청년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난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7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2~25세의 청년 열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온라인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게임 중독을 특히 정신질환과 연관짓는 이유는 지금까지 많이 연구되어온 여타의 중독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IGD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게임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며, 때문에 실생활에서의 사회적 접촉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는 게임을 그만둘 수 없을 뿐더러, 건강이 망가지고, 학업 및 직업 전망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컴퓨터가 없으면 금단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긴장하거나 우울해 하며, 때로는 신체적 이상 증세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심각성을 자각하기 시작한 걸까.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온라인 기업의 거물들이 자녀들을 전자제품 없는 학교에 보내거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자녀들을 디지털 화면으로부터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중독을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처럼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알터 교수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하루종일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나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음주와 흡연이 몸에 해롭다고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끊임없는 ‘찰칵’과 ‘클릭’에 대한 건전한 저항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테스트] 나는 디지털 중독일까 다음은 함부르크의 아동 및 청소년 독일중독센터가 작성한 디지털 중독을 알아보는 테스트다. 질문에 떠오르는 대로 즉시, 그리고 솔직하게 답한다. 여기서 말하는 ‘컴퓨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도 해당된다. 과연 나의 인터넷 사용 빈도는 심각한 수준일까. 인터넷 때문에 인간관계가 소홀해지는 등 중독 증상을 보일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 컴퓨터 게임이나 채팅,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진다. (예 / 아니오) 2. 인터넷이나 컴퓨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예 / 아니오) 3. 인터넷 매체를 점점 더 자주, 그리고 점점 더 오래 사용한다. (예 / 아니오) 4.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더 오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 / 아니오) 5.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만 제대로 집중이 된다. (예 / 아니오) 6. 다른 사람들한테 인터넷/컴퓨터를 많이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예 / 아니오) 7. 컴퓨터 없는 하루는 잃어버린 하루와 같다. (예 / 아니오) 8.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면, 컴퓨터 보는 것을 선호한다. (예 / 아니오) 9. 미리 확실하게 계획을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정한 시간에 인터넷을 그만둘 수 없다. (예 / 아니오) 10. 컴퓨터/인터넷을 하다가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있다. (예 / 아니오) 11. 컴퓨터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 / 아니오) 12. 컴퓨터 말고 취미가 없다. (예 / 아니오) 13. 인터넷 활동을 열심히 해도 진정한 기쁨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예 / 아니오) 14. 가족과 친구들을 점점 소홀히 대한다. (예 / 아니오) 15. 나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예 / 아니오) 16.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불안하거나, 초조하거나, 공격적이 된다. (예 / 아니오) 17. 인터넷/컴퓨터 때문에 수면리듬이 깨졌다. (예 / 아니오) 18. 인터넷을 하느라 잘 씻지 않는 날이 많다. (예 / 아니오) 19. 인터넷을 하느라 학교, 학원, 직장을 안 나간 적이 있다. (예 / 아니오) 20. 인터넷 때문에 학교/학원을 중단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혹은 스스로 사직서를 낸 적이 있다. (예 / 아니오) 21. 다른 일을 할 때도 머릿속으로는 인터넷/컴퓨터 생각을 한다. (예 / 아니오) 22. 인터넷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거나 혹은 잠시뿐이었던 적이 있다. (예 / 아니오) (결과) - 1~11번 문항에서 ‘예’라고 대답한 문항이 네 개 이상일 경우, 인터넷/컴퓨터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적절히 조절하도록 노력하라. - 12~22번 문항에서 ‘예’라고 대답한 문항이 5개 이상일 경우, 반드시 전문적인 도움을 받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