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유로(한화 약 255억 원)의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 아직 1경기지만 드라마틱한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7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신승을 거뒀다.
당초 중국의 낙승이 예상되던 승부였다. 중국 지휘봉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맡고 있다. FIFA 월드컵,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AFC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석권한 세계 유일의 감독이다.
2년이 넘게 명장의 조련을 받았지만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여전히 중국의 발전이 더딘 것이 드러났다. 중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동점골 또한 키르기스스탄의 허술함에서 나온 자책골이었다. 지네딘 지단(프랑스),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등을 지휘했던 리피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후 내가 화를 내야 후반부터 반응한다”며 선수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시진핑 주석의 각별한 관심 아래 축구에 적극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직접적 투자가 가능한 프로축구에는 거대 기업들이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 부었다. 카를로스 테베즈, 알렉산드레 파투 등 세계적 스타들이 몰려 들었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중국 자국 선수들도 막대한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K리그와 비교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한 중국 선수들이지만 기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선수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중국 대표팀은 전체 24개국 중 평균 연령이 29세로 가장 높다. 2004년 아시안컵에도 참가했던 1980년생 정즈가 여전히 이번 대회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 리그뿐만 아니라 대표팀에도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 2016년엔 리피 감독이 대표팀까지 부임하기 이르렀다. 당시 열리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탈락이 유력해지자 중국이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이후 중국은 예선을 뚫지는 못했지만 한국,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을 상대로 승리하며 리피 감독의 막대한 연봉(한화 약 255억 원)의 ‘본전’을 뽑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제자리걸음이 반복됐다. 콜롬비아(0-4), 웨일스(0-6), 체코(1-4) 등에게 대패를 면치 못했고 인도(0-0), 팔레스타인(1-1), 요르단(1-1) 등을 상대로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장지현 SPOTV 해설위원은 중국 축구의 발전이 더딘 이유로 ‘문화적 배경’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중국은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잘 신경 쓰지 않는 등 개인주의적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나”라며 “그런 면에서 축구라는 종목과 문화적으로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이 된 중국의 엔트리에 대해서는 “신구조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 모두 자국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이다. 현재 중국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스쿼드”라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