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최대 쇼핑단지 보족 아웅산 마켓 안 커피점과 문종철 대표.
이름도 좀 특이한 무니 문(Mooney Moon) 커피점. 보족 마켓 정문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20미터 들어가면 보이는 아주 작은 커피점입니다. 더 안쪽으로 2호점이 있습니다. 커피점 대표는 문종철 씨입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주인이 한국인이란 걸 아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이 마켓은 너무 넓어 골목을 돌다보면 길을 잃기도 합니다. 유럽 여행객들이 시장 구경을 하다 많이 찾아옵니다. 문 씨는 이 작은 가게를 실속 있고 알차게 운영하며, 미얀마 커피의 맛을 알리는 홍보대사역을 4년째 해내고 있습니다. ‘넘버원 커피’라는 단어를 쓰는 데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블루 마운틴 농장과 함께 미국 AID와 미얀마 커피협회가 주관하는 품평회에서 당당 1등을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농장의 아라비카 커피만을 고집스레 쓰고 있습니다.
길모퉁이 커피점의 문 대표와 직원들.
미얀마에는 많은 한국인이 사업을 하러 오고 있습니다. 기회의 땅이라 할 일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성급히 시작하다 몇 년 후 돌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 안타깝습니다. 제가 이 작은 가게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작은 자금으로 실속 있게 자립해야 해외생활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이템이 좋아도 사업방법이 안 좋으면 힘들고, 방법이 좋아도 아이템이 근본적으로 안 먹히면 자금만 듭니다. 그는 미얀마산 커피를 선택해 전문인 수준으로 우선 공부했고, 가게에 원두를 대는 농장을 1등품으로 만드는 데 열정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방법은 거리의 숍을 선택하지 않고 큰 시장 안의 좁은 모퉁이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앉을 자리도 별로 없는 곳입니다.
무니 문의 미얀마 스타일 장식들.
그러나 그도 처음 이곳에 입주하기까지는 애를 먹었습니다. 이곳은 전통적인 공산품만을 파는 곳이라 식음료점은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미얀마산 커피도 공산품이란 걸 입증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가 커피공부를 하며 현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보게 된 정부인사의 도움으로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미얀마산 커피에 대한 애정을 보게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인에게서. 그는 중국에서 오래 직장을 다니다 미얀마로 오기 전에 미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경제를 배운다는 것을 살아오며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랜드캐년에는 3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무니(Moony) 폭포라고 합니다. 그 폭포를 찾아내던 중에 동료를 살리고 희생된 사람 이름이 ‘무니’라고 합니다. 그 이름이 커피점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에겐 인생의 어느 순간, 그 폭포가 각별하게 다가왔던 것일까요.
양곤 최대 쇼핑단지 보족 아웅산 마켓 전경.
언젠가 ‘커피 프린스’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납니다. 우아한 커피점에서 젊은이들이 겪어내는 일과 열정, 사랑과 애증이 얽힌 이야기였습니다. 이곳 미얀마 최대시장 모퉁이를 돌다 만난 커피점은 우아하지도 않고 시끄럽기만 하지만 문득 그 드라마 제목이 났습니다. 우아하든 비천하든 삶의 일터에는 협력하여 선을 이루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프린스’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달 그 먼 농장으로 커피를 가지러 다니고, 오늘은 양곤의 가장 큰 한국계 호텔에 커피 브리핑을 갑니다. 옆구리에 아라비카 커피 드러퍼를 끼고서. 오늘도 양곤 국제공항에는 기회의 땅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발을 내딛습니다. 미얀마의 처녀림 같은 일터에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많은 생각을 거듭할 한국인들. 모두가 하는 일에 기쁨이 솟아나길 소망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