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요신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전직 대법원장의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은 사상 초유의 일, 양 전 대법원장이 오랜 기간 근무했던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검찰 포토라인은 그냥 지나쳤다.
이날 대법원 앞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법원 공무원노조원 60여 명이 시위했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내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대법원 측과 공식적 협의가 없어 무산됐다.
‘인간 바리케이드’를 친 시위대의 저지구호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먼저 제 재임 기간 동안 일어났던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당한 인사개입은 없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라” “양승태를 구속하라” 등 시위대의 구호소리에 양 전 대법원장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9시 정각에 대법원 앞에 도착해 5분 가량 기자회견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9시 8분 경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 도착했다.
이날 청사 입구에는 새벽부터 2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든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은 입을 굳게 닫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곧장 청사로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차량에서 내려 포토라인을 관통해 검찰 청사로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이른바 ‘놀이터 회견’ 이후 7개월 만에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양 전 대법원장은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제노동자 피해 소송 재판개입 의혹 등 40여개 사법농단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