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자택 공사비 삼성물산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 자택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 개축과 증축 공사를 하면서 비용 전액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 등을 통해 정산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 같은 의혹을 곽상운 ㈜지스톤엔지니어링 대표에게 제보를 받았다. 곽 대표는 2005~2012년 삼성 총수 일가 자택 공사를 진행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스톤엔지니어링은 한남동 삼성 총수 일가 자택의 방수와 콘크리트 결함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공사의 재료 개발 실험에 동원됐다”며 “㈜지스톤엔지니어링이 처리한 공사 비용 전액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 또는 ㈜계선을 통해 정산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계선은 앞서 삼성물산의 공사비 대납으로 문제가 된 이 회장 자택 인테리어를 진행한 업체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곽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금계산서, 직접 공사를 맡은 이부진 사장 자택 실내 연못 사진, 이 사장 자택 내 수영장 신축과 관련한 방수 실험 사진, 방수 실험을 진행해 달라는 삼성물산의 메일 전문, 삼성물산 사장이 직접 검토했다는 수영장 도면 등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은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물산 정연주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배임) 등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이 회장의 자택 공사비 33억 원을 삼성물산이 대납한 사실은 검·경 수사로 확인돼 관련 임직원이 기소됐다. 반면 이 회장에 대해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자택 공사비를 계열사가 대납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정의당의 고발로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의 자택 시공을 맡았기 때문에 하자에 따른 보수공사의 책임이 시공사에 있어 관련 비용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 사장 자택 연못의 경우 하자가 발생해 보수를 했고, 다른 경우에도 하자 발생시 당연히 시공사가 보수를 한다”며 “공사비 ‘대납’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택 수영장 시공에 대해서는 “수영장 리모델링 공사 수주를 받기 위해 방수 관련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국 수영장 공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에버랜드 대납에 대해서도 삼성 오너 일가는 당시 자택의 신축·증축·보수 등 전반적인 관리를 에버랜드 소속 건물관리사업팀(현재 에스원에 인수됨)에 맡겼기 때문에 에버랜드에서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의당 측은 “이번 고발장에 삼성에버랜드가 지스톤엔지니어링에 발행해준 어음도 증거에 포함됐다“며 ”시공 하자에 따른 보수공사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비용을 지급했다는 논리라면, 이 사장의 자금을 관리하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왜 돈을 줬느냐”고 지적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 자택의 경우 삼성물산이 아닌 다른 건설사가 시공을 했음에도 보안공사 대금을 삼성물산에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주장이 맞으려면 2005년 이부진 사장 한남동 자택 신축 당시 공사대금이 삼성물산 계좌로 입금된 내역과 총수 일가 계좌에서 출금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만 시공사(삼성물산)와 입주자(이부진 사장), 하도급(지스톤)의 관계가 정리된다는 것. 또 총수 일가가 삼성에버랜드 측에 자택 관리를 맡기면서 거래한 내역도 밝혀져야 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신축공사 대금 입금내역 등은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 다 나오지 않겠느냐”며 “앞서 이건희 회장 자택 공사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계약·거래가 절차상 문제없다고 인정됐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