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는 네이버가 핀테크 사업 확장 첫 단추로 증권사 인수를 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업에 먼저 뛰어든 카카오가 증권사 인수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포털사이트 증권 관련 서비스에서 네이버가 카카오에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이미 네이버 모바일에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네이버는 지난해 말 SK증권 인수를 위한 실무 협상을 진행한 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가 모바일메신저를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진행했다면 네이버는 증권에 기반을 두겠다는 것.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네이버가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로 국한됐던 금융 서비스를 국내 시장 전체로 확장하는 저변을 마련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 라인의 금융 자회사를 설립한 후 일본·싱가포르·대만 등에서 증권사를 내는 등 핀테크 영토 확장에 나섰다.
반면 국내에선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점유율은 앞섰지만, 정작 금융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하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에서 카카오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라인 사용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225만 명으로 카카오톡 3500만 명의 6% 수준이다.
네이버 내부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주식매매를 포함한 인공지능(AI) 투자 상담 서비스 개시를 포함해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를 끌어오는 안을 검토한 바 있다”면서 “라인 보험, 라인 가계부 등 메신저 점유율 확대는 꾸준히 논의됐고, 그중 증권사 인수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유용한 방편일 것이라는 논의를 꾸준히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일본 노무라증권과 합작한 일본 내 증권사 ‘라인증권’의 메신저 플랫폼에 주식 매매와 AI를 활용한 투자 상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올해를 증권사 인수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가 자본시장법에 저촉, 금융사 대주주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사이 증권 서비스를 앞세워 단숨에 카카오를 따라잡겠다는 것.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이미 증권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제동이 걸린 상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사 대주주는 5년 이내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없어야 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계열사 지분 누락 혐의로 지난해 12월 약식 기소됐다. 무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 본격 추진은 어렵다.
다만 증권사 인수 가격이 네이버의 핀테크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기준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인수 가능한 증권사는 중·소형 증권사로 한정된다. 다만 이들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적고 네이버의 증권사 인수 추진이 불거지면서 인수가액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네이버는 SK증권 인수를 놓고 실무진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가격에 발목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을 고려해 중·소형사 관심 가능성이 큰데, 문제는 결국 인수 가격”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증권사 인수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내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네이버 종속회사 ‘라인증권준비회사’는 지난 9일 유상증자를 결정,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다. 유상증자 규모는 보통주 198만 주로 약 2037억 원 상당이다. 라인증권준비회사는 네이버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이 설립한 증권 중개·투자 컨설팅 업체로 일본 노무라증권과 합작해 ‘라인증권’ 설립을 이끌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네이버가 증권 사업 추진을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증권업계 내부에선 네이버 접촉이 이뤄지고 있고 증권사는 인수를 반기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증권 사업을 기반으로 핀테크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면 국내 시장 판도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ICT기술을 보유한 네이버가 증권 산업에서 기술적 접근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ICT와 금융, 증권이 하나로 묶인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대만, 동남아 등 해외지역 금융사업의 경우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주도해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증권사 인수 여부는 궁극적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해외 금융 서비스 저변 넓히는 네이버 네이버는 해외에서 핀테크 저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가 지분 73.68%를 보유한 일본법인 라인이 핀테크 사업 선봉에 섰다. 라인은 대만과 일본에서 각각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한중일 간편결제 서비스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의 대만 자회사 ‘라인파이낸셜타이완’은 대만 내 인터넷은행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에 최대주주(49.9%)로 참여했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업 승인이 나면 ‘라인뱅크’가 출범한다. 라인은 일본에서도 라인뱅크 설립을 위한 공동출자에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라인은 라인페이와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 간 한중일 사용자를 아우르는 서비스 기반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네이버 내부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진출을 위한 사용자 경험 확보를 이용자가 많은 일본법인 라인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고민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국내 이용자가 카카오톡보다 적다는 점”이라며 “라인은 국내보다 해외 이용률이 많은 만큼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해외에서 먼저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