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실내빙상장의 관리책임자, 박원순 서울시체육회장.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바람잘 날 없는 빙상계에 이번엔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중심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목동실내빙상장(목동빙상장)이 자리하고 있다.
2018년 목동빙상장은 숱한 논란에 휩싸이며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목동빙상장을 중심으로 ‘소장 채용 비리 논란’, ‘소장 폭언·폭행 논란’, ‘CCTV 감시 논란’, ‘음료수 강매 논란’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연이은 논란에 서울시체육회는 지난해 말 ‘목동빙상장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은 대기발령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유 소장이 대기발령 조치됐지만, 목동빙상장의 이해되지 않는 행보는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제보자는 ‘일요신문’에 녹취파일 하나를 건넸다.
해당 녹취 파일엔 ‘목동빙상장 박 아무개 운영팀장’과 ‘목동빙상장에 개인강습 대관 승인을 기다리는 강사 A 씨’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목동빙상장 운영팀장과 빙상 강사 A 씨의 대화 내용
서울시 양천구 소재 목동실내빙상장. 사진=일요신문
대화는 A 씨가 박 씨에게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느냐”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박 씨는 “지금은 어떤 발표가 없다”며 “회사에 어떤 그런 부분(각종 논란) 때문에 구체적인 조사도 있었다. 너는 억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A 씨는 “나는 명단에서 빠졌다”고 강조했다. A 씨가 말한 명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1월 8일 ‘일요신문’은 A 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A 씨는 “명단의 정체는 젊은 빙상인연대 소속 지도자 명단”이라고 설명했다.
내막은 이렇다. A 씨 말에 따르면, 목동빙상장 측에서 ‘젊은 빙상인연대’ 소속 지도자에게 빙상장 대관 승인을 내주는 것에 난색을 보였다. 이에 A 씨는 젊은 빙상인연대 측에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를 했고, 빙상인연대 측은 A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A 씨 이름이 젊은 빙상인연대 소속 지도자 명단에서 빠졌음에도, A 씨가 신청한 대관 승인 여부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여기서 이야기는 다시 녹취파일 내용으로 돌아간다. 박 씨는 “명단을 뺀 건 아무 관계가 없다. 그건 나와의 (개인적인) 소명자료”라며 “소장님을 이해시켜 드리는 게…”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A 씨는 “소장님이 유태욱 전 소장을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씨는 “언론에서 (목동빙상장을) 다뤘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 안 돼”라고 답했다. 박 씨의 칼 같은 답변에 A 씨는 “선생님(박 씨) 허락을 받고 싶다”고 읍소했다.
하지만 박 씨 “나는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네가(A 씨) 먹고살 발판을 여기(목동빙상장)로 잡는 건 뭐가 문제겠느냐. 그런데 네가 명단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힘이 있어서 안 돼’ 이런 게 아니다”라며 다시 한번 ‘대관 거절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어진 박 씨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어디든지 조직이라는 게 있다. 너희 아버지, 어머니도 사업을 하실 거 아니냐. (만약) 사업을 하는 데 ‘개망나니’가 있는데… 그런 뜻으로 비유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관리 대상자가 되면 안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이같은 발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박 씨에게 전화와 문자 등으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일체 연락이 닿지 않았고 답변도 없었다. 녹취 파일을 건넨 제보자는 “사실상 목동빙상장 측이 젊은 빙상인연대 소속 지도자를 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성추행 의혹+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 B 코치는 각서 쓰고 목동빙상장 입성 성공
2018년 12월 26일부터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시작한 ‘전명규의 오른팔’ B 코치. 사진=일요신문
A 코치는 박 씨에게 “B 코치는 나와 상황이 다른 것이냐”라고 물었다. B 코치는 성추행 의혹과 불법 스포츠 도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코치다. 빙상계에선 ‘빙상 대통령’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로 유명하며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전임자이기도 하다.
앞서 ‘일요신문’은 지난 1392호 ‘[단독] 조재범 전임자+성추행 의혹 빙상코치, 목동빙상장 개인강습 둘러싼 뒷말 무성한 내막’ 제하 기사로 ‘B 코치의 목동빙상장 대관 승인’ 관련 논란을 다룬 바 있다. B 코치는 2018년 12월 26일부터 목동빙상장에서 개인강습을 시작했다.
박 씨는 B 코치 대관 승인과 관련해 “B 코치는 각서를 받아놓은 게 있다”며 “회사에 대한 어떤 부분을 너(A 씨)에게 얘기할 필요가 없잖아”라고 답했다.
이어 박 씨는 “(B 코치는) 일단 수익에 대한 부분을 오전에 16만 원짜리(강습 참여 선수) 25명을 붙이기로 했다. 오후엔 대관을 체계적으로 하는 조건을 붙였다. 조례에 맞는 사업을 하는데 수익에 대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채널 A’는 1월 11일 A 코치 대관 승인 거절과 관련해 “젊은 빙상인연대가 전임 소장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란 목동빙상장 관계자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빙상 관계자는 “박 운영팀장은 ‘전임 소장인 유태욱 빙상연맹 행정감사의 오른팔’이라 불렸다. 유 감사는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와 상당한 친분이 있는 인사”라고 전했다.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대관 거절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결국 빙상계의 뿌리 깊은 카르텔이 ‘도덕 불감증’으로 이어진 걸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