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과거시험(북새선은도)
우리나라의 사대부는 고려 후기 처음 등장했다. 성리학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지식인이자 관료 의식을 지닌 계층이었다. 이들은 농민의 비참한 실정에 분개하고 부조리한 권문세가를 비판하면서 농민을 대변했고 조선건국을 뒷받침했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대표적 인물.
조선이 들어서면서 사대부는 점차 정치와 학문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된다. 중앙관료로 발탁돼 성리학의 윤리이념을 강화하고 새로운 나라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자리한다.
이후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국제 정세가 펼쳐지자 사대부들은 역사의 주체로서 현실을 각성하고 올바른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졌다. 남양주의 사대부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세계를 직접 호흡하며 자신의 미래를 전망하기를 원했다. 향리에서는 비판적인 지식인이자 대안 세력으로, 중앙 정계에서는 국가의 문명을 세우고 체제를 이끄는 관료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남양주시립박물관은 남양주의 사대부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간절한 소망을 되짚어보고 통찰하고자 했던 것처럼, 우리의 현실을 혁신할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을 사대부를 통해 찾아보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남양주 사대부, 조선을 이끌다 : 生·學·官>전을 마련했다.
몽와 김창집 영정
전시는 조선 유교사회에서 사대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부귀한 인생행로를 형상화한 ‘평생도’의 구성을 기반으로 크게 생(生)·학(學)·관(官)·혼(婚) 등으로 나눠 진행한다.
첫 번째 전시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담와 홍계희 평생도’와 조선 명종 대에 이문건의 손자 이수봉이 태어난 1551년부터 1566년까지 양육하는 과정을 기록한 육아일기인 ‘양아록’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두 번째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 가운데 ‘서당’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재편집해 관람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도한다. 1458년(세조 4)에 세조가 세자인 황(훗날 예종)에게 내린 ‘광묘어제훈사’를 비롯해, 율곡 이이가 어린이들의 학습을 위해 저술한 ‘격몽요결’과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생활 중 저술한 아동용 한자학습서인 ‘아학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서재에 항상 가까이 두고서 벗처럼 지낸 문방사우( 붓, 벼루, 먹, 종이 등)의 전시가 이어진다.
세 번째 전시는 과거시험에 대한 부분이다. 성리학을 이념으로 한 신진사대부들에 의해 건국된 조선은 모든 관리를 과거를 거쳐 선발하고자 했다. 과거는 원칙적으로 3년마다 정기 시험이 치러졌으며, 그중에서도 유교적인 교양을 평가받는 문과가 가장 중시됐다.
문과는 크게 소과에서 각 도별로 할당된 인원을 뽑은 뒤, 대과에서 점수에 따라 최종 합격자를 가렸다. 소과는 다시 초시‧복시의 2단계, 대과는 다시 초시‧복시‧전시의 3단계로 나뉘어 있어서, 모두 5단계를 차례로 거쳐야만 급제가 되는 것이 원칙이었고 최종 대과 합격자는 33명이었다.
남병철 교지(임금이 내리는 문서)
전시물은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를 연대순, 시험종별, 그리고 성적으로 기록한 ‘국조방목’과 ‘문과방목’을 비롯해, 정조 대에 초계문신과 성균관 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의 답안지를 수록한 ‘정시문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낸 이복연의 무과합격 교지도 실물 전시한다.
네 번째 전시는 남양주의 대표적인 사대부인 정약용 선생이 초계문신일 때 치른 과시의 성적이 기록돼 있는 ‘초계문신 과시방’과 영의정을 지낸 몽와 김창집의 영정을 소개하고 있다. 철종 대에 광주 유수로 임명을 받은 남병철의 교지를 비롯해 조선시대 내·외관 직제를 기록한 ‘내외관직방’,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낸 이복연의 호패, 그리고 조선시대 관리들이 지방에 출장을 갈 때 사용한 마패 등을 실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복연 호패(조선시대 주민등록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