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훌쩍 지난 현재, 삼성물산이 또 다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에 삼성물산이 시공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반포 3주구 재건축은 총 사업비가 8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최근 몇 년간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택사업 철수설에 시달려왔기에 이번 수주 참여는 주택사업 철수설을 불식시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삼성물산이 최근 공들이는 또 다른 사업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온타리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불가리아 소피아 등에 신재생 에너지 관련 현지 법인을 두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1369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단지 공사를 완료했다. 삼성물산은 “온타리오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 전량을 향후 20년 간 온타리오 주 전력청에 공급하는 등 북미 신재생 발전시장 공략을 위한 안정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12월 6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대표가 사임하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은 크게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바이오 등 6개로 나뉜다. 주택사업은 건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상사에 포함된다. 삼성물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3분기 매출 23조 1845억 원 중 상사부문이 10조 6658억 원(전체 매출 중 46.0%), 건설부문은 8조 9521억 원(38.6%)으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서현 이사장이 맡았던 패션부문은 1조 2650억 원으로 5.46%에 불과하다. 또 6개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해 수익성도 좋지 않다.
지난 9일에는 네추럴나인이 “주주총회 결의에 의한 해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네추럴나인은 2012년 삼성물산과 YG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설립한 의류회사로 삼성물산이 지분 51%, YG엔터테인먼트가 49%를 갖고 있다. 네추럴나인은 지난해 1~3분기 14억 3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좋지 못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물산이 건설과 상사에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패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보니 패션부문을 정리할 것이라는 추측도 흘러나온다. 삼성물산은 그 자체로도 큰 회사지만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17.08%를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17.08%를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상속세와 삼성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는 높을수록 좋다. 때문에 이 부회장 주도로 실적이 부진한 패션부문을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쏠린다.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보유한 총 자산은 1조 원이 넘어 선뜻 인수할 기업이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패션부문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패션부문이 삼성물산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2017년에도 3분기까지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 실적을 통해 2017년 총 실적은 흑자를 기록했다”며 “2018년도 비슷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큰 성장을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2015년 1조 7383억 원, 2016년 1조 8430억 원, 2017년 1조 7496억 원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부문 매각설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패션부문은 조직 안정화와 브랜드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효율적이지 않은 사업은 과감하게 중단하고 키워나가야 할 브랜드는 적극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삼성복지재단 보유 지분 어떻게 활용할까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올해부터 삼성물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사회공헌 사업에 힘쓰고 있다. 남편인 김재열 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제일기획을 떠나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으로 이동했다. 부부가 삼성 경영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자리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복지재단 대표권을 가지고 있어 의사 결정권을 총괄한다. 삼성복지재단은 사회공헌을 위한 재단이지만 삼성복지재단이 가진 삼성 계열사 지분을 생각하면 삼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없지 않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전자 지분 0.07%, 삼성물산 0.04%, 삼성SDI 0.25%, 삼성화재 0.36% 등을 갖고 있다.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돈으로 환산하면 3000억 원이 넘어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 실제 공익재단을 활용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서현 이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삼성물산 지분 5.47%를 갖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삼성물산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적지 않은 셈이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