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성산구가 공석이 되며 4월 3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 정치권 총각이 곤두서고 있다. 사진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은숙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4일 창원을 찾아 “4·3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 선거는 질 수도 없고 지면 안 되는 숙명의 선거”라며 “여영국 예비 후보와 함께 반드시 승리해 노회찬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에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민주당은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해 ‘여대야소’를 만들어야 하는 여당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PK(부산경남) 출신이며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의 창원 시장을 배출해낸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PK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경남 창원 성산은 ‘울산 동구(김종훈 민중당 의원)’처럼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노동계를 대변하는 진보 후보가 당선되는 성향을 보여 왔다. 17·18대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당선됐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는 18대에 이어 재수 끝에 강기윤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당시 강 전 의원은 5만 2000표를 얻어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4만 6000표)를 꺾었는데, 득표율은 불과 6%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17·18대 총선 때와는 다르게 19대 때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에는 손석형 후보와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의 단일화 실패가 큰 이유로 꼽힌다. 이후 20대 총선에는 강기윤 전 의원이 재선에 도전했고, 이재환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했다. 그리고 허성무 민주당 후보가 노회찬 당시 정의당 후보와 단일화로 출마를 양보했다. 그 결과, 노 의원이 51%의 득표율을 얻어 강 전 의원(40%)을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창원 성산은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며 “노 의원의 불행한 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 저희 당 책임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는 도의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그렇게 치르는 재·보궐 선거에 우리가 후보를 내기는…. 물론 거기에서 (출마를) 준비한 우리 당의 동지가 있지만 (그래도 민주당에서 출마는) 아닌 것 같다”며 “저는 (경남) 통영고성은 우리가 후보를 내고, 창원 성산은 정의당이 내는 지역 단일화 전략을 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단일화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13일 신년 기자회견 후 오찬에서 “후보가 난립하는 상태에서 단일화하는 것도 쉽진 않겠지만, 단일화를 안 하면 그 지역에선 어려울 것”이라며 “정의당은 자기들 몫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지역이 꾸준히 단일화를 해서 한국당에 (의석을) 내주지 않다가 19대 때 단일화가 안 돼 저쪽(한국당)에서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에선 두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권민호 예비후보는 과거 거제시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창원 성산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한승태 예비후보는 전 한주무역주식회사 대표다. 한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마쳤으나,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승태 후보는 민주당에서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통상 당으로부터 후보적격심사를 받은 뒤 선관위에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 후보는 등록을 먼저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선 강기윤 전 의원이 후보로 등록됐으며 정의당에선 여영국 경남도당위원장, 민중당에선 손석형 창원시당위원장이 후보로 나선다. 손석형 후보는 노회찬 의원이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당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한승태 후보를 제외한 이들 모두 선거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여영국 후보 선거사무소는 정의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중앙당직자들 6명이 지난해 12월부터 파견 와서 전반적인 선거 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조만간 1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여영국 후보는 출마에 대한 의지를 굳히고 있다. 선거 사무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선거는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정의당 전체가 이 선거를 함께 치른다고 보면 된다”며 “이곳 민심은 ‘임기 1년 남았으니 정의당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이해찬 대표와 우상호 의원, 중량급 의원들도 ‘정의당의 것’이라고 말해줬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단일화 협의 중이다. 단일화를 통해 이겨야 한다. 승리하는 단일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손석형 후보 측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고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석형 후보 사무실 관계자도 기자에게 “‘경남진보단일 원탁회의’라는 모임에서 단일화에 대한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진전이 많이 되진 상황이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있는 상태지만, 후보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원탁회의 결과에 따를 것이며,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탁회의에는 ‘진보 4당’으로 정의·민중·정의·녹색당이 참여한다.
관건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다.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권민호 민주당 후보는 “단일화는 출마하는 후보가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당에서 결정할 사항이다. 저도 집권여당의 예비후보인 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이해찬 대표도 고민이 있을 것이다. 한국당 후보가 이곳에 있지만, 진보 성향을 지닌 정의당과 민중당이 후보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성향이 비슷한 정당 후보들이 표를 나눠 가지는 상황이 되니 표가 분산되는 것이 걱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후보는 아울러 “지금 선거가 70여 일 남았는데,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 50~60일 정도 남았을 때가 되면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진영으로 보궐선거 당선을 넘겨줘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단일화에 대해선 50~60일 남았을 때 지지율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은 중앙당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에서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가운데, 강기윤 한국당 후보 측은 경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강기윤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진보 정당(정의·민중당)에서만 단일화하는 건 괜찮은데, 민주당도 같이 하는 건 야권 단일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노회찬 의원처럼 중앙당에서 전략적으로 사람을 내려보내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도 모르면서 아무나 꽂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제 공개된 여론조사 비슷했다. 내일신문 의뢰로 ㈜데일리리서치가 지난 13~14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32.5%로 1위를 차지했다. 여영국 정의당 후보(21.5%)가 2위, 그 뒤를 권민호 민주당 후보(14.3%), 손석형 민중당 후보(11.2%), 한승태 민주당 후보(3.6%)가 이었다. 이곳의 정당 지지도는 한국당 35.7%, 민주당 30.6%, 정의당 15.2%, 민중당 2%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보선 ‘최대 4곳’으로… 4월 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 성산구와 이군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남 통영·고성으로 확정됐다. 이군현 전 의원은 19대 의원 시절인 2011년 7월~2015년 12월 보좌진 급여 중 2억 4600만 원을 돌려받아 국회에 미등록한 직원의 급여와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에 썼다는 혐의로 2016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7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했고, 이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곳은 이 두 곳이지만, 그 외에 다른 지역구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많게는 4곳에서 실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 용인 갑인 이우현 한국당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공천 청탁과 함께 5억 5500만 원을 받은 것을 포함, 모두 19명의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들로부터 총 11억 81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0일 2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1억 6000만 원, 추징금 6억 9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경산인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1심에서 뇌물죄 5년을 선고 받았으며, 2심은 이달 중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형이 선거일로부터 30일 전인 3월 4일 전에 확정되면 이우현 의원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되고, 해당 지역구는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 이밖에 엄용수(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홍일표(인천 미추홀갑), 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재)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은 방송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1심에서 당선무효 혹은 의원직상실형을 받아 상고절차 중에 있다. 하지만 이들 다섯 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3월 4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구들은 이번 재보궐선거가 아닌 21대 총선에서 선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