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황 전 총리는 입당식에서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국당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태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일자리를 얻으려고 하는 구직자, 청년들까지 누구 하나 살만하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고 날이 선 발언을 이어갔다.
황 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보수 측 대권후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참가를 선언하면 대권 주자급 후보가 없이 치러지던 전당대회가 아예 판이 달라진다. 현재까지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도가 눈에 띄는 후보였다면 이제는 아예 새로운 판이 짜질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예상해왔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교안 전 총리가 정치 활동을 할 가능성은 그의 이전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치를 하지 않을 거였다면 굳이 출판 등의 외부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입당한 이후 친박 등이 출마를 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신율 교수의 말처럼 아직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당 내에서는 황 전 총리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판이 다시 짜기 시작했다. ‘무대’ 김무성 전 한국당 대표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황 전 총리 참전으로 판이 더 커지는 셈이다.
14일 비박계 수장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가 끝나고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환영하지만 전당대회 출마는 부정적으로 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표는 “황교안 전 총리의 입당은 아주 잘한 결정으로 크게 환영하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선 전초전을 앞당겨서 치를 경우 그 결과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한 당협위원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나, 김태호 전 지사나 계파 색채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총력전’까지는 필요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후보들이 대체로 옅였던 계파색 때문에 느슨했던 상황이 황 전 총리 출마로 인해 치열한 전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번 당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된다. 친박 성향 계파색이 강한 황 전 총리가 잡는 건 아마 어떤 계파도 보고만 있을 수 없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도 다시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홍 전 대표도 출마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18일 홍대에서 열리는 ‘홍카콜라’ 오프라인 모임이 일종의 정치인 출판기념회 같은 성격이 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개국 한 달이 되는 18일 오후 3시부터 스튜디오를 떠나 오프라인 생방송으로 시청자 여러분을 만나러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친박 성향의 황 전 총리, 비박 성향의 김 전 대표, 비주류지만 대중 지지도를 꽤 보유한 홍 전 대표까지 모두 출마하는 빅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반면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워낙 황 전 총리의 파괴력이 세다 보니 주목도가 높지만 생각보다 정치판에서 그 위력이 크지 않으리라 보는 시선이다. 한국당 비박 성향 한 관계자는 “고건 전 총리,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급속도로 지지율이 빠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오리라 본다. 여의도 정치가 워낙 싫다보니 흙 안 묻은 사람을 찾지만 결국 그 사람도 흙이 묻는 순간 냉혹한 심판대에 설 것”이라며 “진흙탕에서 버틸 맷집이 있을지부터 시험해 봐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하냐, 아니냐만 말해도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즉 황 전 총리는 정치권 시험대에 이제 막 오른 셈이다. 과연 버틸 수 있을지, 관료 출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정치적, 정무적 판단을 얼마나 잘해낼지가 관건인 셈이다. 신율 교수도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에 나오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황 전 총리는 되냐, 안 되냐보다는 된 이후에 어떻게, 뭘 할지, 냉혹한 여의도 정치판에서 버틸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