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당진공장.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
동부제철은 지난 7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가져갈 투자자를 찾는다고 공시했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신주를 발행해 새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채권단이 이미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방도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부제철의 최대주주는 지분 39.17%를 보유한 산업은행이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 경영권을 원하는 새 인수자는 유상증자로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약 5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은 오는 21일부터 국내외 후보자들의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이르면 2월 중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전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중국발 저가 물량에 대한 우려가 올해는 완화되면서 철강 업황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번에도 동부제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2015년 481억 원을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이듬해 727억 원, 2017년 1245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역시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1371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4500%에 육박한다.
채권단이 동부제철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 사전평가를 했을 때도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수 문의가 와서 검토했지만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며 “다른 철강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산업은행은 매각 주관사로 외국계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따른다. 이마저도 업계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철강 업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데 동부제철 인수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며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 기업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있지만 과거 금호타이어 등 중국 기업으로 매각이 국민정서상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보면 인수자로 나서도 협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동부제철의 장점을 살린다면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동부제철 매각 추진이 세 번째라고 하지만, 경영권 전체 매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당진공장은 이번에 처음 매물로 나온 것“이라며 ”동부제철의 경쟁력이 있는 핵심은 냉연강판 생산설비에 있는 만큼 이를 원하는 인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부제철은 매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워크아웃을 이미 2년 연장했다”며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투자유치가 되지 않으면 현 상태에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를) 회사 매각이 아닌 투자유치로 봐달라”며 “신규 투자를 받아 경영정상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을 염려한 듯 동부제철은 당진의 전기로 공장과 동부인천스틸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권 매각 추진이 동부제철 자산 처분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수합병이 실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따로 떼어내 매각한다는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권 이전 공고를 내고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DB그룹 김준기 회장 근황은? “미국서 임상치료” 비서 성추행 혐의 기소중지 동부제철의 모기업이었던 동부그룹은 2017년 10월 DB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1년 김준기 전 회장이 동부고속을 설립하며 처음 사용한 ‘동부’ 브랜드를 40여 년 만에 교체한 것이다. DB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13위에 오를 정도로 확장·성장했으나, 2013년부터 시작된 경영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하락세를 보였다. 60여 개에 이르던 계열사는 21개로 줄어들고, 재계순위도 지난해 말 기준 43위로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그룹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그룹명을 변경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그룹 측은 “동부는 기억과 역사 속에 남기고 ‘DB’란 이름으로 새로운 시대를 향해 힘차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DB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해 건설과 전자 등 비금융 부문을 축소하고 금융 계열사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이근영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사진=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은 피소 두 달 만에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회장은 경찰의 소환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전 회장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DB그룹에서는 김 전 회장이 현재 미국에서 신병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간과 심장, 신장 등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일반적 치료가 쉽지 않아 임상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