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주민복리는 외면하고 숙박·카지노 사업으로 전락한 이호유원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호유원지 조성사업 조감도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사업 부지에 해변이 포함돼 경관독점과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 이호유원지 조성사업이 2009년 공유수면 매립 공사 이후 10년 만에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11일 제주분마이호랜드㈜가 제출한 ‘이호유원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제주분마이호랜드㈜는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와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연내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사업자는 지난 2013년 제주시에 제출한 사업시행 변경계획서에 지상 1층부터 3층의 전체면적 3만8895㎡ 규모의 초대형 카지노 계획을 포함시켰다.
현재 도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제주신화역사공원 카지노 1만683㎡ 규모보다 4배 가까이 되는 초대형 카지노이며 숙박시설 규모도 호텔 2개동 1001실, 콘도 4개동 234실 등 총 1235실에 이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이호유원지는 사업자의 이윤창출을 위한 숙박업으로 전락했다”며 “토지이용계획상 숙박시설은 부지면적 대비 26.8%로 다른 시설과 비교해도 가장 큰 구성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숙박시설은 건축면적 대비 64%, 지상층 연면적 대비 70% 등으로 다른 시설규모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휴양시설로서 공원의 구성비는 7.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자는 현재 초대형 카지노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전 추진계획을 본다면 카지노 계획이 들어설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이럴 경우 주거지 주변 유원지에 카지노 설치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주변 해안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경관독점 및 사유화의 문제도 언급했다.
이들은 “이호유원지는 이호해수욕장과 해수욕장을 둘러싼 수림지대, 해안사구가 발달한 지역인데, 이번 이호유원지 조성사업 변경계획을 보면 매립부에는 기존 계획이었던 아쿠아리움, 워터파크 등의 시설들을 모두 제척하고, 32m 8층 규모의 7성급 호텔 2개동으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호유원지는 제주시 시내권에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해안의 조간대가 잘 발달된 곳”이라며 “2005년 환경영향평가 협의시에도 환경부는 ‘사업예정지역이 도심과 근접한 해역으로 조간대와 조하대, 사구·사빈 및 곰솔림 등이 서로 어우러져 해양환경 및 경관이 매우 우수한 지역이므로 해양매립은 제척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환경부의 이러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유수면 매립을 강행했다”면서 “매립으로 인해 사라지는 조간대를 대체하기 위해 인공조간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조성되지도 않았다. 이번 사업이 진행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는 사구와 일부 수림지대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률상 유원지는 도시계획시설이지만 제주도의 유원지 관리는 도시계획 부서가 아닌 관광지개발을 담당하는 투자유치과 소관업무에 속한다”며 “ 제주도가 유원지를 주민복지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시설 보다는 관광객과 투자자 유치를 우선으로 하는 관광시설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