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에서 김태현 교수. 뒤편에 통일왕조를 세운 세 왕의 동상이 서 있다.
[일요신문] 양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양곤대학교의 넓은 교정을 걷습니다. 나무와 숲이 우거지고 바랜 건물이 들어선 이 대학은 미얀마 대학을 대표하고 학문의 중심을 상징합니다. 이 나라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캠퍼스를 걷다보면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아도니람 저드슨 기념교회. 또 하나는 한국 KIS센터가 그것입니다. 각각 미국과 한국과 관련이 있습니다.
양곤대학 내 저드슨 기념교회.
양곤대학 안에 한국정부가 세운 KIS센터(Korea 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는 한국교수들이 국제외교학을 영어 프로그램으로 가르치는 곳입니다. 이 나라 국제분야 교수, 대학원생, 변호사 등 전문인들이 공부를 합니다. 6년간 6기생을 배출했습니다. 이 나라는 이제 국제학이 중요한 학문이 되었습니다. 중국, 인도 등 외교관계도 중요하고 많은 나라에 외교관도 파견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 분야 학문을 한국에 의뢰한 셈입니다.
이 센터의 연구소장 김태현 교수. 센터를 6년간 이끈 주인공입니다. 현재 중앙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입니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 미국 일본 등지에서 교수생활을 거쳐 현재 중앙대 국제대학원서 20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학회의 회장직도 지냈으니 천상 학자입니다.
양곤대학 내 국제학 센터에서 강의 중인 김태현 교수.
그가 오늘 제2의 도시 만달레이 대학교에 특강을 하러 왔습니다. 국제관계학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강의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영어는 잘하지만 해외에 나가 공부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질문이 들어옵니다. 한국의 복잡한 외교에 대해, 맞붙은 나라 중국과 인도의 정치문제에 대해. 정치, 경제, 외교, 무역 등 끝도 없이 공부할 것이 많은 분야입니다. 김 교수의 강의여행을 보며 이것이 바로 ‘교육을 통한 외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강의는 이 나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제학은 이제 이 나라에 절실하고 현실적인 학문이 되었음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KIS 국제학 한국센터에서 학생들과 함께.
미얀마 자료를 찾다보면 이 나라에는 한국인이 쓴 논문이 별로 없습니다. 국제외교학은 물론이고 인문학도 보기 힘듭니다. 연구할 분야는 그 나라 학자들의 몫이니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그런 사명으로 김 교수는 그간 KIS센터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자신의 부담으로 미얀마를 오가며 생활해야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알찬 분야별 강의를 위해 동료교수들을 유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방학기간을 모두 이곳에서 쓰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학생들과 함께.
번역작업을 하는 김태현 교수.
학자의 길. 시류에 따라가서도 안 되는 길입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몰입해 창의적인 지식의 영토를 일구어야 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쉼 없이 읽고 쓰고 연구해야 하는 고독한 길입니다. 양곤대학 안 그의 센터, 그의 자리에는 노트북이 켜져 있고, 책상 위에는 메모지들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한 노트에 적힌 그의 메모. 강의가 없는 날이면 그는 미얀마에 관한 2권의 책을 번역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중 한 권이 될 ‘잃어버린 발자국의 강(River of the Lost Footsteps)’. 미얀마 출신 유엔 사무총장 우 탄트의 외손자 딴민우가 쓴 영문판입니다. 미얀마 역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다룬 책이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