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박승현tv에 출연한 김동현 선수가 보디빌딩계 비리를 폭로해 화제다. 유튜브 캡처.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로이더와 내추럴 논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로이더는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뜻하고 내추럴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김동현 씨는 선수를 지도하고 현역 선수로 활동하며 자신을 내추럴이라 말해왔으나 최근 ‘사실 약물을 사용했고 약을 중단한 지 5개월째’라고 고백했다.
김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물을 투약하기 시작해 하루 동안 투약한 주사만 20방에 달했다.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인슐린 등 근육성장을 위한 약물을 주사하고 인위적인 약물 주입으로 지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신데렐라 주사, 태반주사 등도 맞았다. 온몸에 주사바늘을 꽂다보니 더 이상 주사를 놓을 곳도 없고, 자주 주사를 꽂은 둔부 피부가 괴사에 이르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약을 중단한 뒤 벌어졌다. 남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다 중단하자 성기능 장애가 발생한 것. 김 씨는 중증 발기부전과 성기능 장애를 겪어 비뇨기과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출산 가능성이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 통보를 받았다. 이런 문제로 몇 차례 여자친구와 이별을 겪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헬스계의 약물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전문의들도 처방에 신중을 기하는 호르몬을 근육성장용으로 마구 사용하다보면 성기능 장애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남성호르몬의 경우 특별한 경우에 소량처방을 하고 있다. 몸 상태에 상관없이 근육성장 용도로 사용하면 약을 끊을 경우 성기능을 잃을 수 있다”며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할 처방약이 불법적 경로로 유통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런 약물 오·남용이 기형적이고 폐쇄적인 보디빌딩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운동을 하는데 유명해지지 않으면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하고 경력을 쌓아야 한다. 대회에서 수상하려면 내추럴로는 한계가 명확해 결국 약에 손을 대게 된다는 것. 게다가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은연 중에 건강보조제나 약물을 구매하게 된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보디빌더들이 한 달에 쓰는 약값은 통상 300만~500만 원 정도다. 헬스트레이너로 고정적 수입을 거뒀을지라도 약값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헬스장에서 고정급으로 200만 원가량을 받고 PT(개인강습) 수당을 받아도 생활이 불가능하다. 김 씨는 트레이너들의 주 수입원이 강습이 아닌 약물 판매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웬만한 트레이너들은 약물 판매로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린다.
김 씨에 따르면 호르몬, 단백질 등 약물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유통된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오는 경우와 국내 제약사 직원들이 뒷구멍으로 판매를 하는 경우다. 해외에서 약물이 국내 업자에게 들어오고, 업자들은 헬스트레이너나 현역 선수들에게 이를 판매한다. 업자로부터 쇼핑백 하나 가득 약을 사오면 700만 원 정도 되는데 이 약을 회원들에게 판매하면 3000만 원어치에 해당한다.
대놓고 제약사 직원들이 약물을 살 만한 트레이너에게 접촉하기도 한다. 김 씨는 “몇몇 제약사에서 연락이 와서 미팅을 하고 약을 구매한 적 있다. 대형 제약사에서도 전문의약품을 빼돌려 판다”며 “젊은 제약사 직원들이 부수익으로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들고 간다”고 말했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경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유통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일일이 이런 부분을 감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직원 교육 등을 통해 불법유통 근절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를 꿈꾸는 사람들은 트레이너와 제자의 관계를 맺는다. 트레이너들은 대부분 SNS에 고급자동차, 귀금속, 명품 등을 자랑하고 이를 우상으로 삼은 젊은이들이 전국각지에서 몰려든다. 개인강습 비용으로 한 달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고, 트레이너로부터 불법 약물까지 구매한다. 비용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 대출을 권유받거나 헬스장의 허드렛일을 무일푼으로 하고, 여성 제자 중에서는 일부가 성상납으로 비용을 대신하는 경우도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의혹 중 하나다.
김 씨에 따르면 유명 선수 출신 한 트레이너 A 씨는 자신의 제자 50명을 두고 약물 비율을 조절해가며 일종의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여성 제자들을 집중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과정에서 성상납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디빌딩 평론가를 꿈꿔왔다는 김 씨는 “남성으로서 성적인 치부를 폭로하고 업계 비리를 수면 위로 꺼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나 역시 기성 체육계의 피해를 다 겪으며 운동을 해온 터라 후배들은 적어도 모르고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운동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웬만하면 약물을 사용하지 말고, 꼭 쓴다면 태국이나 동남아산 약물은 피하고, 되도록 경구약 복용은 멀리할 것’.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