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격자원 이근호, 한승규(왼쪽부터)를 영입한 전북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대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일요신문] 머나먼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뛰고 있는 순간, 국내 K리그는 2019 시즌 준비로 분주하다. 각팀은 국내 남부 지방이나 해외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이다. 체력을 보강하고 전술을 가다듬는 ‘내부단속’ 뿐만 아니라 팀 전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선수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수년간 K리그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이적시장 규모가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전력보강은 이뤄져야 한다. 18일 현재 K리그1에서 약 70여 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신인, 군입대 제외).
#‘리그 우등생’이 이적시장도 주도
지난 2018시즌 K리그1은 전북 현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치열한 2위 싸움 끝에 경남 FC가 2위, 울산 현대가 3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을 차지했던 3팀은 스토브리그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북은 압도적인 투자로 지난 10여년 간 리그를 지배해온 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새롭게 부임한 사령탑(호세 모라이스 감독)에게 ‘보강’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경남 돌풍’을 이끌었던 최영준,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한승규, 국내선수 최다득점자 문선민 등 알짜들을 끌어 안았다. 이들을 노리는 타팀과의 경쟁을 이겨냈기에 더욱 돋보이는 영입이다. 수년간 J리그에서 능력을 입증한 김민혁 영입으로 수비까지 보강했다.
경남은 구단 역사 최초로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다. K리그와 함께 두 대회를 운영하려면 두터운 스쿼드 확충은 필수적이다. 이에 K리그1, K리그2, 해외무대 등 다양한 루트로 선수 수급에 나서고 있다. 김승준, 박기동, 배승진, 곽태휘 등 즉시 전력감들이 대거 합류했다.
울산 또한 전북과 함께 ‘빅네임’들을 대거 영입했다. 윤영선, 김보경, 주민규, 신진호 영입을 줄줄이 발표했다.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 없는 자원들이다. 다만 이들 모두 30대로 접어 들었기에 이와 관련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수원은 선수영입을 단시간에 취소하는 해프닝을 낳았다. 사진=수원 삼성 페이스북
‘우등생’ 3팀 이외에도 선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소극적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는 검증된 외국인선수 아길라르를 비롯해 정우재, 김동우 등을 데려왔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지난 시즌 종료 시점에서 “스카우팅 부분에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며 쓴소리를 남겼던 인천 유나이티드도 적극적인 보강으로 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문선민을 전북으로 보내며 받은 현금을 적극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는 축구계의 평가가 나온다. 현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과거 화려한 선수단을 보유하며 리그를 주도했던 FC 서울과 수원 블루윙즈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은 2018 시즌 종료 직후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리바예프 영입, 오스마르 임대복귀 소식을 발표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신인을 제외하면 더 이상의 영입은 없었다. 군복무를 마친 고광민이 팀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수원은 지난 3일 고명석과 김다솔 영입을 발표한 이후 별다른 보강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한 차례 외국인 선수 영입을 발표했지만 이내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거 금지 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았던 전력을 밝히지 않고 계약에 임했다는 이유였다.
이번 겨울을 조용히 보내고 있는 서울과 수원은 과거 K리그를 이끄는 ‘리딩팀’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팬들의 실망이 이어지고 있다. 소통 창구인 구단 SNS에는 실망감을 드러내는 팬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상주 소속으로 1부리그에서 검증을 마쳤던 공격수 주민규. 사진=상주 상무
이번 이적시장의 흐름 중 하나는 2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공격수들이 1부리그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K리그는 지난 2013년 2부리그가 창설됐다. 이후 아드리아노, 조나탄, 말컹 등은 ‘2부에서 통하면 1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올해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주목받는 이적생은 주민규다. 서울 E랜드에서 울산으로 이적이 확정됐다. 그는 서울 E랜드 소속으로 지난 2015년과 2016년 2년간 37골을 뽑아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상주 상무 소속으로 뛰며 1부리그에서의 검증도 마쳤다.
고경민, 공민현, 최오백 등도 주목받는 ‘승격 공격수’들이다. 이들은 지난 시즌 각각 9골 5도움, 6골 3도움, 4골 3도움으로 팀내 주축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뿐만 아니라 다년간 2부리그에서 꾸준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팀과 함께 1부리그 승격에 성공한 공격자원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성남 FC 정성민과 문상윤은 각각 지난해 10골, 4골 7도움으로 팀의 승격에 큰 공헌을 했다. 이들은 과거 1부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다만 지난해 2부리그 득점왕 나상호는 해외 무대를 택했다. 그간 대부분의 2부리그 득점왕들은 곧장 1부리그에 올라 기량을 발휘했다. 나상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최연소 득점왕, MVP, 베스트11 등 3관왕을 휩쓴 그는 J리그 도쿄 FC로 이적이 확정됐다. K리그2 최고 공격수가 J1리그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일지 축구팬들의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급작스런 제도 변경으로 얼어 붙은 ‘중국행’ 지난해 K리그를 ‘폭격’한 브라질 공격수 말컹, 국내 최고 수비수로 자리잡은 김민재. 이들의 중국 슈퍼리그행 소식은 지난해 말 이적시장의 최대 화두였다. 구체적인 팀명과 이적료, 연봉 등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관련 소식이 뜸해졌다. 진척 상황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슈퍼리그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선수들의 중국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슈퍼리그의 사정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선수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슈퍼리그는 갑작스레 아시아쿼터 제도를 제한해 다수의 아시아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급하게 다른 팀을 알아보거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2019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쿼터 부활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슈퍼리그의 결정은 예상을 빗나갔다. 구단으로선 아시아 선수를 보유하는 메리트가 여전히 크지 않다. 이와 함께 구단의 연간 투자액 범위도 제한됐다. 이에 김민재 등 한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말컹 등의 이적도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슈퍼리그는 그간 제도 변경에 있어서 유예기간이나 단계별 적용 없이 급작스러운 변화를 추진해 왔다. 이번 규정 변화 또한 ‘발표 직후 도입’이라는 중국의 특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변덕이 여전히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