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손 의원은 단순한 초선이 아니라 영부인의 숙명여고 동창에 영부인의 제의로 정치에 입문한 절친”이라며 “초권력형 비리로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의원 개인 사정을 문 대통령 내외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치판이 아무리 혼탁해도 지켜야 할 예의와 선이 있다”며 “나 원내대표의 발상이야말로 ‘초현실적 상상력’”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말고리를 잡거나 정치 공세만 일삼는 것은 좋지 않다”며 “김정숙 여사가 부탁해 손 의원이 국회의원이 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손 의원도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마포을(乙) 손혜원’을 통해 의혹을 부인했다. 손 의원은 “2015년 4월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측근을 통해 영입 제의를 해왔다”며 “김 여사가 신문을 보고 (저에게) 전화했다. ‘니가 와 주는지 몰랐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공격을 이어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을 만들어 준 사람이 의혹에 휩싸였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후속조치를 지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 및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최고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그러니 당에서 ‘본인이 해명했으니 결정을 보류한다’, ‘본인이 사의를 표명했으니 사임한다’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이미 나름대로의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처럼 사실을 오도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사실관계를 놓고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실체를 밝히겠다고 해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는 한국당의 고질병이며 전형적인 논리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해괴한 논리적 비약이 어처구니 없다”며 “어떻게든 문 대통령과 김 여사를 끌어들여 ‘기승전문재인’, ‘기승전김정숙’으로 비화시키고 정치공세만 일삼으려는 태도는 대한민국 정치발전과 민생경제 회복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