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
현재 사법농단과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는 핵심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 그의 공소장에는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차한성·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공모했다고 적시돼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역점사업인 ‘상고법원’의 도입을 위해 임 전 차장이 청와대, 외교부와 접촉하면서 서로의 청탁을 주고받는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주요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 기각과 상관없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자체 혐의만으로도 구속 영장 발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과의 직접적인 공모관계가 있는 가운데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직무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구속기소 된 상황에서 사법행정권을 총괄한 수장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조사를 마무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내부적으로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관심은 영장심사로 쏠리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피의자 심문을 맡을 재판부가 어디인지도 주목된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이언학(51·27기)·허경호(44·27기)·명재권(51·27기)·임민성(48·28기) 등 5명의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임민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7일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범죄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등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재권 부장판사도 같은날 고 전 대법관의 영장 심사를 끝낸 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언학 부장판사는 앞서 두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심사가 자신에게 배당된 후 근무연고 등으로 회피 신청을 낸데다 최근 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임 전 차장이 입을 굳게 닫은 채 전직 대법관과 대법원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양 전 대법원장의 유례없는 마라톤 조서 열람이 영장심사를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