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성장이 위치한 목포 문화재 거리 전경
최초 의혹이 제기됐을 땐 “투기라고 볼 수 없다”며 손 의원을 감쌌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구입한 건물과 땅이 20곳까지 늘어나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 의원은 목포가 지역구다.
야권은 손 의원이 목포에 ‘손혜원 랜드’를 만들려 했다고 비판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야권이 손혜원 랜드로 명명한 그곳을 직접 가봤다.
평일 오후 찾은 거리는 취재진들로 붐볐다. 일반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왜 이렇게 차가 많느냐’며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50년간 옷수선집을 운영했다는 한 주민은 “원래는 여기가 중심지였으니까 사람이 많았는데 주요 기관이 다 이전하고 항구기능도 분산돼서 상권이 침체된 지 수십 년은 됐다”고 했다.
이 주민은 “주변에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여기가 문화재 거리가 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웃어버렸다. 주민들도 큰 기대를 안했다”고 말했다.
손 의원 관련 인물들이 구입한 건물과 땅은 대부분 방치되어 있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곳은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과 조카 손소영 씨가 운영하는 ‘손소영 갤러리&카페’뿐이었다.
손 의원 측은 향후 구입한 건물과 땅에 남산에서 운영 중인 박물관을 옮겨오고, 남편이 운영하는 재단도 옮겨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카 소영 씨는 작은 공연장을 만들 계획이고, 보좌진 가족은 국숫집도 운영할 계획이다. 모든 계획이 실현된다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손혜원 랜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손 의원은 건물 11채를 근대역사문화공간 등록 전에 구입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구역 안에 포함됐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불과 1.5km 구간이다.
손 의원이 나전칠기 박물관을 운영 중인 문화재 전문가라고 해도 이 정도로 적중률이 높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문광위) 간사인 손 의원이 비공개 정보를 취득해 땅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손 의원 측은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투기를 했다면 리모델링하지 않고 방치해놨어야 더 이익”이라며 “목포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투자했다”고 항변했다.
의혹 당사자인 조카 소영 씨를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만났다. 소영 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기자들이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영 씨는 “평소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손님을 돌려보낸다.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홍보가 된 거 같아 좋다”고 했다.
손소영 씨가 운영하는 카페 내부. 손님 대부분이 서울에서 내려온 기자였다.
소영 씨는 남다른 붙임성으로 고모 관련 의혹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었다. 기자들이 껄끄러울 수 있는 소영 씨 카페를 아지트로 삼은 이유를 알 듯했다.
소영 씨는 이태원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다 손 의원 제안으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내려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은 소영 씨에게 1억 원을 증여해줬다.
소영 씨는 “이태원 와인바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올라 힘들었다. 마침 고모가 그런(목포에서 카페를 운영하라는) 제안을 해줘서 흔쾌히 내려온 것이다. 고모가 조카에게 1억 원을 증여해줬다는 사실을 납득 못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고모는 원래 통이 큰 사람이다. 다른 조카 유학비도 고모가 대줬다. 내가 와인바 운영할 때 수천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페나 창성장이 모두 적자라고 하는데 이곳 부동산을 계속 사들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카페 운영이 어려운 것은 맞다. 카페 운영으로 도저히 생활비 해결이 안 돼서 집에서 돈을 타 쓰고 있다. 지금은 적자지만 언젠가 관광객들이 몰려오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때까지 투자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곳에서 평생 살 생각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반면 창성장 공동소유주인 또 다른 조카 손장훈 씨는 “목포에 가 본 적도 없고 창성장이 게스트하우스인 건 나중에 들었다. 명의만 빌려줬을 뿐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손 의원이 조카 명의를 빌려 차명거래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손 의원은 장훈 씨에게도 1억 원을 증여해 창성장을 구입하도록 도왔다. 박지원 의원은 “MB다스처럼 ‘창성장 소유주는 누구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창성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이 아무개 씨는 “손 의원이 창성장 운영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씨는 손 의원이 운영했던 디자인 회사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스스로 “손 의원과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관계”라고 했다.
이 씨는 “창성장은 객실이 10개밖에 없다. 투기 목적으로 살 만한 건물이 아니다”라면서 “이 동네에 가족끼리 여행 와서 묵을 만한 숙소가 없었다. 숙박이 해결되어야 도시 관광이 살아나지 않겠나. 그런 취지에서 손 의원이 창성장을 만든 걸로 안다”고 했다.
현재 창성장 공동소유주 3명은 모두 20대다. 손 의원 보좌관 딸(20), 손 의원 관련 재단 이사 딸(23), 조카 장훈 씨(22) 등이다. 이 씨는 자신이 운영에서 손을 뗀 후 공동소유주 중 한 명이 창성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창성장은 운영을 시작한 후 매달 적자를 내고 있다. 이 씨는 ‘부족한 운영비는 누가 충당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20대 초반인 창성장 공동소유주들이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었다. 실질적인 운영자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손 의원은 장훈 씨 아버지인 남동생과는 교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집안의 어두운 그림자라 말 안하고 싶다”면서도 남동생과 인연을 끊고 산다고 인정했다. 교류가 없던 남동생 아들에게 1억 원을 증여한 것은 이상한 정황이다. 이에 대해 소영 씨는 “그래서 더 (장훈 씨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창성장 옆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은 “창성장 건물을 팔려고 20~30년 전에 내놨는데 안 팔렸다. 누가 산다고 하니까 건물주가 신나서 팔았다”고 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손 의원 관련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이 동네엔 건물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에야 조금씩 거래가 되고 있는데 언론에서 하도 특혜라고 하니까 예정되었던 지원이 다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인접 지역에 투입될 국가 예산은 1100억 원에 달한다.
손 의원 주변인들이 구입한 부동산은 시세가 크게 올랐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원래 평당 200만~250만 원 정도 했는데 손 의원 주변인들이 매입한 지역은 600만 원선까지 왔다갔다 한다”면서 “같은 근대문화역사공간 내 일부 지역은 최대 4배까지 올랐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제가 목포시 문화유산 위원인데 작년 5월경에 손 의원을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손 의원이 목포에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목포 구도심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방법이 틀렸다. 국회의원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더 힘을 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이 실제로 투기를 한 것은 아니더라도 ‘공직자는 공익과 충돌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익 충돌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손 의원은 지난 2017년 예결소위에서 “목포에 근대문화재인 목조주택이 그대로 있다”며 “이들을 제대로 보수하면 대단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국정감사 기간에는 문광위 소속 의원들과 창성장에 방문하고 해당 거리를 돌아보기도 했다. 주변인들이 부동산을 매입한 지역에 특혜를 줄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손혜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 특혜의혹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친이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 의원 부친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받았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9월 일요신문 보도(참고기사 [단독] 5번 탈락한 여당 국회의원 부친 독립유공자 포상 왜?)로 최초 제기됐다. 손 의원 부친은 과거 공산당 활동이력 때문에 유공자 선정에서 탈락했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완화된다는 발표가 있기도 전에 미리 포상신청을 했다. 손 의원 가족은 전화로 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는데 보훈처는 유족이 있는 곳으로 출장조사까지 갔다. 취재 결과 일반인은 전화신청이 불가능했고 서류를 따로 제출해야 했다. 유공자 선정으로 손 의원을 비롯한 유족들은 매달 140만 원가량의 국가보상금을 받게 됐다. 사회주의 인사와 관련한 심사기준이 완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미리 알고 신청을 했느냐는 질문에 손 의원 측은 “(사회주의 인사에 대한 심사기준 완화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봤다”고 답변했다. 국가보훈처는 손 의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일자 해명자료를 내고 재심은 전화로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3일 서 아무개 보훈처 담당직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재심이라고 하더라도 신청서는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화로 재심 신청을 한 것은 손 의원 가족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