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스케이트 날 정비하는 빅토르 안 사진. 빅토르 안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인물은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B 코치다. 사진=제보자 제공
[일요신문]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플레잉코치로 활동 중’이란 의혹에 힘을 실을 만한 정황 증거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했다.
‘일요신문’은 제보자 A 씨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았다. 국내 빙상대회에서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가는 빅토르 안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사진은 2018년 12월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9 크라스노야르스크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진의 구도는 흥미롭다. 스케이트 날을 가는 빅토르 안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이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는 바로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B 코치다. B 코치는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최고 스타 강사인 동시에 ‘성추행 의혹과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 연루’ 등 도덕성 논란 중심에 선 인물이다. B 코치는 2014년 1월까지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해 ‘조재범 전임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1월 19일 ‘일요신문’은 <[단독] ‘쇼트 황제’ 빅토르 안, 한국체대 빙상장 ‘플레잉 코치’ 활동 의혹… 전명규의 마지막 히든카드?> 제하 기사를 통해 ‘빅토르 안이 B 코치 팀 선수들의 플레잉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빅토르 안의 ‘플레잉코치 부임설’을 두고 “설마”란 반응을 보였던 빙상인마저도 이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빙상 지도자 C 씨는 “이 사진은 빅토르 안이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플레잉코치라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라고 주장했다.
C 씨는 스케이트 날을 갈고 있는 빅토르 안을 주목했다. 그는 “이 사진엔 빅토르 안이 스케이트 날을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사진을 보고 아무도 ‘빅토르 안이 지도자가 아닌 선수’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사진 속 포착된 B 코치는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이라 알려진 지도자다. B 코치는 ‘성추행 의혹과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 연루’ 등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선 이다. 사진=일요신문
이어 C 씨는 “빅토르 안 앞에 다리를 꼬고 있는 B 코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 코치는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의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라면서 U대회 선발전 당시 태릉 실내빙상장 3층, B 코치가 앉아있는 저 자리는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소속 선수들의 대기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이 사진 한 장에서 ‘빅토르 안이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지도자’란 실마리가 모두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빙상 지도자들은 모두 C 씨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지도자들은 “빅토르 안이 공식적인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다. 지도자 변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래서 빙상계에선 ‘플레잉코치 부임설’과 관련해 일말의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니 빅토르 안이 지도자로 변신한 게 확실한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은퇴 선언’없이 한국에서 은밀하게 지도자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 빅토르 안. 그의 행보에선 소설 ‘꺼삐딴 리’(1962년, 전광용 作)의 주인공 이인국이 떠오른다. 작중 이인국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열강의 등에 올라타는 기회주의의 극치를 선보인다. 소설 말미에 이인국은 한국에서 성공한 의사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이인국과 달리 빅토르 안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안이 러시아와 한국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까닭이다. 어쩌면 빅토르 안이 마주한 현실은 20여 년에 걸쳐 ‘카르텔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빙상의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빅토르 안의 플레잉코치 부임 ‘빙상장 영업 흥행’ 직결될까? 빙상 지도자·선수 한목소리로 “YES” 빙상계 관계자들은 “플레잉코치란 낯선 직함이 빅토르 안의 이름값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1월 19일 ‘일요신문’은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가 안식년 공백을 대비해 빅토르 안을 섭외했을 가능성”과 관련한 의혹을 보도했다. 그렇다면, 플레잉코치 빅토르 안은 정말 ‘빙상 대통령’의 공백을 메울 만한 영업력을 갖춘 존재일까. 빙상인들의 대답은 “YES”였다. 빙상인 지도자 D 씨는 “빅토르 안이 지도자로 데뷔하는 것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선수 기량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동기부여다. 빅토르 안은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큰 힘이 될 만한 이름값을 갖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D 씨는 ‘플레잉코치’라는 애매한 워딩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빙상에서 플레잉코치라는 직함은 생소하다. 선수로 활동하며 다른 선수를 지도하던 케이스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빅토르 안이 플레잉코치 역할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시너지는 여기서 나온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 기량 발전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전직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는 “빅토르 안과 함께 훈련할 수 있다면, 나 역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빅토르 안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게 정말 많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는 빙상계 지형을 바꿀 만한 존재다. 실예로 지난해 목동빙상장은 ‘쇼트트랙 레전드’ 김동성을 강사로 섭외하며 흥행몰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 빅토르 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아 보인다.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바빴던 과거 전력 때문이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