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이 1964년 설립한 회사로 4무경영(무차입·무파벌·무사옥·무분규)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여기서 무파벌 경영은 오너의 친인척이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학연과 지연 등으로 인해 파벌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홍두영 명예회장의 가족 중 남양유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그의 아내인 지송죽 남양유업 이사와 아들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회장의 두 아들인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 홍범석 남양유업 외식사업본부장 뿐이다.
홍원식 회장은 1977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1990년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 말 회장에 취임했다. 홍 회장은 2003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남양유업에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지난 18일, 남양유업은 음료수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사진=고성준 기자
아직까지 홍진석 상무와 홍범석 본부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은 없다. 홍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은 51.68%에 달해 두 아들이 지분을 상속하고 세금까지 납부해도 경영권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무경영 방침으로 인해 홍진석·범석 형제 외에 특별한 경쟁자도 없다. 어떤 방식으로 기업 승계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형제 중 한명이 차기 남양유업 회장이 되는 건 기정사실에 가깝다.
남양유업의 계열사는 남양유업과 금양흥업, 남양F&B, 3개뿐이다. 금양흥업과 남양F&B의 2017년 매출은 각각 55억 원, 185억 원에 불과해 남양유업의 2017년 전체 매출(1조 1670억 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두 형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남양유업의 일부 사업부를 분사시켜 계열 분리를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리 나이로 70세인 홍 회장은 경영 승계를 진행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의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시점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7년 매출 1조 1670억 원을 기록해 2016년 1조 2393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2018년 1~3분기 매출도 2017년 1~3분기 매출(8783억 원)보다 줄어든 8049억 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게 보지 않는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위주인 음식료산업은 정체된 성장상황을 장기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2019년에도 고용지표 하락과 가계 가처분소득 둔화 등에 따른 구매력 저하를 감안할 때 음식료 업계의 저성장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남양유업은 2018년 1~3분기 매출 8049억 원 중 95.6%인 7695억 원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내수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지만 곰팡이 사태로 여론이 좋지 않은 현재 섣불리 행동에 움직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남양유업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은 남양유업 직원은 “담당자에게 전달 후 연락주겠다”는 말만 남긴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50년 라이벌’ 남양유업 vs 매일유업 남양유업의 업계 라이벌로는 매일유업이 꼽힌다. 남양유업은 1964년, 매일유업은 1969년 설립돼 두 회사 모두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2012년 남양유업은 매출 1조 3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 매일유업은 매출 1조 723억 원, 영업이익 263억 원을 기록해 실적 면에서는 남양유업이 앞섰다. 그러나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이 알려지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밀어내기 갑질은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할당해 판매했던 사태다. 갑질이 알려진 이후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이 덕분인지 2013년 매일유업은 매출 1조 3644억 원, 영업이익 347억 원을 기록해 남양유업(매출 1조 2300억 원, 영업손실 175억 원)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갑질 사태가 알려지자 남양유업 임원들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이후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실적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2018년 1~3분기 매일홀딩스(옛 매일유업)는 매출 1조 2277억 원, 영업이익 500억 원을 기록해 남양유업의 매출 8049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을 압도했다. 뿐만 아니라 매일유업은 14개 계열사를 두면서 사업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매일유업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이끌고 있다. 후계자는 김 회장의 아들 김오영 씨가 유력하지만 그는 현재 매일유업이 아닌 신세계백화점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우리 나이 63세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보다는 승계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경영 승계와 관련해 “특별히 진행 중인 건 없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