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향법은 소속 변호사 전원이 인권 옹호와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표방해 온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향법 소속 심재환, 이재화, 이정희 등 변호사 5명이 이철 씨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향법이 피해자만 최소 3만 명 이상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 대한 변호를 맡은 것과 관련해 도덕성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씨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향법 소속 변호사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대표변호사인 심재환 변호사는 민변 통일위원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해산된 통합진보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심 변호사 부인인 이정희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낸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재화 변호사는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이다.
이 씨는 미인가업체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를 설립해 3만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7000억 원 규모의 불법 자금을 유치해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유사수신) 혐의로 2015년 11월 구속기소됐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업체라고 홍보하면서 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이 씨는 2016년 4월 구속기간 도과로 석방됐다. 이 씨는 보석기간 중에 추가로 2000억 원 규모의 불법 투자금을 유치했고 경찰은 2016년 9월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해 불구속 기소됐다. 결국 이 씨는 각각 7000억 원대와 2000억 원대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무려 2년 8개월 동안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씨의 7000억 원대 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8년 실형을 선고하면서 그를 법정구속했다. 이에 이 씨는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이 항소심 재판에서 향법은 법무법인 ‘서평’, 정 아무개 변호사와 함께 이 씨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진행중인 2000억 원 규모의 사기 등 재판에서도 향법은 광장, 세한, 다한, 서평, 박 아무개 변호사와 함께 이 씨 변호를 맡고 있다.
2000억 원 규모의 재판과 관련한 향법의 행보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7일 이 씨와 공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향법은 결심 공판 당일에 이 씨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결심공판은 3월 14일로 연기됐다.
재판부 관계자는 “결심 공판 연기 사유는 피고인 이 씨와 신 아무개 씨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고인 두 사람을 수감하는 구치소에서 실수로 재판장에 데려오지 못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하철 교대역 인근 법무법인 향법 앞에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모임이 시위 판넬을 설치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들의 법률 자문을 맡는 이민석 변호사는 “재판연기에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해도 변호인 쪽에서 결심공판 당일 선임계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라며 “민변은 그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규탄에 앞장 서 왔다. 민변 주요 간부 출신들이 설립한 법무법인 향법이 재판 중에도 사기를 치는 이 씨에 대한 변호를 맡고 있다. 그 수임료의 출처는 피해자들에게 범죄 행위로 벌어들인 돈이다”라고 성토했다.
한편 법무법인 향법 관계자는 “이철 씨의 변호를 맡은 것은 맞다. 우리 법무법인만 복수의 변호인들이 선임됐다”며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제한한다면 사법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피해 규모와 혐의 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많은 사건이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 씨에 대한 변호를 맡게 된 것을 두고 민변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과장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측도 “회원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