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첫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최준필 기자. 박스사진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모습. 박은숙 기자.
[일요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1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아랍에미리트(UAE) 특임 외교 특별보좌관에 위촉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8일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지 13일 만에 청와대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같은 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비난한 직후여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임 특보 등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 브리핑을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임 특보 위촉에 대해 “임 특보는 비서실장 재직 때 UAE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하는 등 한국과 UAE 간 신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며 “이런 성과를 토대로 국익 수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 특보는 UAE 카운터파트인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군사 MOU(양해각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논의해왔다.
또 문 대통령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이라크 특임 외교 특보로 위촉했다. 한 특보는 2009년부터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을 맡아 왔다. 한 특보는 이달 27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활동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들 대통령 특보에게는 별도의 임금이나 차량은 제공되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 사무실이 제공된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청와대가 인사브리핑을 여론에 전달하기 몇 시간 전 공교롭게도 청와대 인사검증에 대한 비난이 제기됐다. 비난의 진원지는 지난해 말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김 전 수사관의 첫 기자회견장이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변호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적으로 해명하고 대척점에 있는 청와대를 향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지인 관련 사건조회, 조국 수석의 인사 검증 실패,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 의혹, 특감반 활동비 등에 대해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해왔던 주장을 되풀이하는가 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 데스크가 내근직인데도 출장비를 허위로 받는 등 부당 수당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기도 했다.
사진은 청와대가 21일 위촉한 임종석 UAE 특보와 한병도 이라크 특보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특히, 김 수사관은 조국 수석 등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를 강조하며 “조국 수석은 원칙에 맞게 인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염한웅 전 과학기술자문회 부의장의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취소를 눈감았으며, 우 대사의 금품수수 제보에도 조국 수석과 임종석 전 실장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우 대사가 선임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의 북한 모래 채굴 사업 등 측근 일감몰아주기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손혜원 의원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청와대의 제 식구 감싸기식 인사가 만연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허위 출장비를 지급 의혹 등 잇단 폭로를 제기한 데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반박했다. 김 전 수사관의 기자회견 후 곧바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입장문을 보냈지만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이후 청와대 인사브리핑에 더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의 재등판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 중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