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은 서민의 삶을 품은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이다. 사진은 ‘성남 모란시장’ 전경. (사진제공=성남시)
[일요신문] 성남 모란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 최고의 5일장이다. 수도권 전철 모란역 5번 출구에서 내려 200여 미터를 가면 만나는 성남 모란시장은 매월 4일과 9일, 14일과 19일, 24일과 29일. 달마다 6번 장이 선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다소 협소하고 어수선했던 자리에서 지난해 2월 지금의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931번지 일원으로 자리를 옮긴 모란시장은 남도의 화개장터와 함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꼽힌다. 2만 2575.5㎡(약 6829평) 면적에 661개의 매대가 들어서 있다.
5일 장터 주변으로는 모란시장(구 가축시장)과 기름시장이 있어 옛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구 가축시장의 경우 한때 부정적 이미지로 꼽히던 ‘개 도축 시설’이 전면 철거되면서 명실공히 가족 단위 쇼핑이 가능하게 됐다.
‘모란(牧丹)’ 꽃의 꽃말은 ‘부귀’이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더러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더러는 서울에서 밀려난 이들이 호구지책을 찾아 하나둘 모여들며 형성된 성남 모란시장 역시 풍요로운 삶을 꿈꾼 서민들의 소망을 품고 있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아도, 여유롭지는 않아도 굶주리지 않기를 바랐던 서민들의 꿈과 애환이 담겨 있다. 장이 서면 수도권 및 경기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물건을 사고팔며 삶의 이야기를 녹여 낸다.
시장 한편의 상설무대 위에서는 구수한 소리와 걸판진 놀이마당이 펼쳐지고, 오가는 흥정 속에 인심이 넘쳐 난다. 시장 진입부에 광장 1곳이 있으며, 18개의 벤치와 2개의 소규모 공연장이 있어 모란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삶의 여유를 선물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전통시장 육성, 지역화폐 발행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시정 목표를 두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제공=성남시)
# 탄천을 따라 만나는 역사와 문화의 ‘성남’
모란시장에서 장을 본 후에는 탄천을 따라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걸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탄천에는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도심 생활에 찌든 우리네 감성을 자극한다.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잊게 하고 겨울에는 꽁꽁 언 탄천 위로 봄을 향한 그리움이 넘쳐난다.
탄천에서 산성대로 쪽으로 걷다 보면 조선 인조 병자호란 당시 항전과 항복의 아픈 역사를 담은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이 나오고, 남쪽으로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테크노밸리’가 나온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이 길을 따라 ‘역사와 문화·예술의 거리’를 오는 2022년까지 조성하는 등 모란시장을 역사문화명소로 가꾸어 성남의 대표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 서민경제의 상징 ‘모란시장’
성남 모란시장의 활성화는 비단 한 개 시장의 상권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을 활성화하는 것은 성남의 관광산업까지 연계된 성남 서민경제의 상징이다.
일일 최대 3만~4만 명이 방문하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하루 거래되는 물품과 주변 소비까지의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또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성남을 여행하는 관광객으로 이어질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성남시는 모란시장에서 지역 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의 사용을 권장하고, 시설정비와 각종 역사·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해 모란시장 방문 자체가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증대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사진제공=성남시
성남 모란시장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시절의 그리움이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밥집 가마솥 연기와 그곳에서 인생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던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 흥정과 덤이 오가며 옥신각신하던 어머니, 뻥튀기 앞에서 “뻥이요”를 기다렸다 얻은 강냉이 한 줌에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
성남 모란시장은 50대 이상 중·장년과 노년층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30~40대 젊은이들에게는 조금은 생경한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을, 10~20대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의 신비로움을 선물한다.
성남 모란시장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전설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에도 남아 있을 하나는 ‘정(情)’. 사람 냄새, 사람 그 자체일 것이다.
이번 설에는 가족과 함께 성남 모란시장을 찾아 명절 장을 보며 사람의 정, 사람의 따듯함을 느껴봄이 어떨까?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