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학생들이 여는 클래식 콘서트. 오늘은 첫 순서로 합창을 준비했다.
[일요신문] 클래식 콘서트. 팝음악과 달리 미얀마에서는 보기 힘든 음악회입니다. 클래식 음악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이 나라에 와서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음악교육입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국민들인데 청소년 교과과정에는 없습니다. 오랜 군부시절 동안 사라진 탓입니다. 지금은 우수한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인 교사들을 초청해 음악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 등 음악을 공부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여기 청소년은 혼자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음원이나 저작권법이 없어 음악하는 사람이 작곡을 해도 가수에게 일정한 작곡료를 받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음악인이 가난합니다.
오늘은 토요일. 양곤에서 50분쯤 걸리는 모비라는 마을에 클래식 콘서트를 보러 갑니다. 그 마을에 MPS라는 음악학교가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2시에 대학생들이 스스로 피아노 독주, 앙상블, 합창 등 연주회 시간을 갖습니다. 배운 것을 공개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콘서트가 거의 없는 이 나라에 콘서트를 한다는 게 신기한 일입니다. 교사들이 나와 우리를 반겨줍니다. 강의실, 실습실, 기숙사 시설이 있고 대강당에선 재학 중인 청년들 모두가 연습 중입니다. 관객석에는 우리 일행들이 있을 뿐입니다. 밖으로는 넓은 벌판이 보입니다.
84명이 지내기엔 부족한 기숙사. 올해는 학생 수가 더 늘어난다.
음악학교 MPS 대강당에서 먼저 바하, 헨델의 합창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고요를 흔든 청아한 청년들의 음색이 가슴을 적셨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모두를 하나로 만듭니다. 자연, 사람, 광물, 꽃, 눈물 등 아름답게 창조된 모든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과 음악이라고 저는 청년시절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어서 피아노 독주, 바이올린, 플루트, 트럼펫 연주가 이어집니다. 아직은 더 익히고 배워야 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여 음악 전문인을 키우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외진 시골에 있는 이 학교는 한국인이 설립한 4년제 음악대학입니다. 2003년 최광진, 정명순 두 한국인 선교사가 3년 동안 고생하며 이 벌판 위에 세웠습니다. 음악의 비전을 내다본 교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아직 사립대학 허가 자체가 나지 않아서 대학이란 말 대신 학교가 되었습니다. 곧 사립대학법이 신설되고 바뀌는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108명의 9회 졸업생을 배출하고, 현재 4학년까지 84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사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모습.
매년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통과한 학생들을 30명 정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원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습니다. 선발기준 중에는 135개 종족 중 오지의 종족도 고루 뽑는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재학하는 4년간 세션 악기들, 키보드 드럼 베이스기타 등과 클래식 악기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트롬본 등을 배웁니다.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악기를 전공과 부전공으로 공부합니다. 음악이론, 합창, 영어, 한국어도 필수 커리큘럼입니다. 이런 학생관리 일들을 릴리 세와 현지인 교장과 한국인 정현성 선교사가 맡고 있습니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악기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이 더운 나라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부분 학비를 거의 내지 않는 장학생입니다. 빠듯한 살림으로 학교를 꾸려가자니 재정적인 어려움도 느껴집니다. 기숙사도 늘려야 할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토요일, 그들만의 콘서트가 여전히 계속됩니다. 연주하며 합창하며 서로 들어주는 ‘우리들만의 콘서트’. 관객석에 앉은 저희 한국인 일행들을 위해 한국곡이 흐릅니다. 오랜만에 한국 클래식 곡을 들으며, 이 벌판에 힘들여 학교를 세우고 후배들에게 맡긴 두 설립자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