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90분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돌입한 연장전. 연장전반 15분에 더해진 추가시간. 풀백 이용의 크로스가 활처럼 휘어들어갔고 반대편의 김진수가 골을 만들었다. 8강에 한발 다가서는 순간, 선수들은 기성용을 떠올렸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 밤(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6강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8강에 진출하게됐다.
연장전반 김진수의 골이 터지자 운동장에서 뛰던 선수들과 벤치에 앉아있던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데 엉켜 기쁨을 나눴다. 손흥민과 지동원은 유니폼 한 벌을 꺼내 들었다. 등번호 16번, 기성용의 유니폼이었다. 골을 넣은 김진수도 16번 유니폼을 들어올렸다. 그의 쾌유를 비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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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복귀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21일 소속팀 뉴캐슬로 떠났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게시물을 남기기도 했다.
거의 은퇴 여부를 떠나 대표팀 선수들은 기성용을 위한 세레머니를 펼쳤다. 황희찬의 첫 골에도, 경기가 끝난 후에도 그를 위한 세레머니가 펼쳐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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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의 주인공 김진수는 경기가 끝난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기)성용이형을 보며 내 모습이 떠올랐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한 가슴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표팀 공격수 황희조는 16강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용이 형이 빠져 아쉽지만 우승을 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오랜 기간 대표팀 전술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또한 전술적 역할 뿐만 아니라 팀내 리더로서 역할도 맡아왔다. 그간 다수의 선수들이 기성용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기성용을 가슴에 안고 뛸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