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가족:라멘샵’ 스틸컷. 컴퍼니엘 제공
극중에서 음식은 캐릭터를 상징한다. 과묵하고 완고한 일본인 아버지를 상징하는 라멘과 그를 사랑하게 된 싱가포르인 어머니를 상징하는 바쿠테,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이자 그 결실을 상징하는 아들 마사토(사이토 타쿠미 분)의 ‘라멘테’가 그렇다.
이 ‘라멘테’는 어머니의 소원을 달성하는 매개체기도 하다. 라멘과 바쿠테를 합쳐 만든 단 하나의 요리가 흩어진 가족을 다시금 한 자리로 모이게 하는 훈훈한 결말로 이끈다.
이처럼 영화는 분명 갈등 봉합으로 말미암은 가족 간 유대의 재확인과 새로운 화합이라는 긍정적인 결말을 비춘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 간의 갈등’이 아닌 ‘국가 간의 갈등’이다.
이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흡수돼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아주 짧은 시간 스쳐가면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된다. “아버지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주인공의 항변은, 싱가포르 가족의 비밀스런 갈등을 노인 세대의 보잘 것 없는 고집으로 뒤바꿔 버리기까지 한다.
피해 국가에 향하는 “과거의 책임을 미래의 세대에게까지 묻지말라”는 일갈이 단순히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에 묻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금 삐딱하게 바라 보자면, 가해자의 입장에 섰을 때서야 비로소 표출될 수 있는 나이브한 시선이 주인공의 대사에서 묻어난다는 지적이 일 수 있다. 국내 관객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우리가족:라멘샵’ 스틸컷. 컴퍼니엘 제공
여기까지만 보면 일본인 감독의 영화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우리가족: 라멘샵’의 연출은 싱가포르 영화계의 거장인 에릭 쿠 감독이 맡았다. 그는 영화 속 상징적인 음식인 라멘과 바쿠테에 대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동시에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두 음식은 두 나라의 경제 발전과도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이 영화는 서로를 받아들이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피해를 입은 입장으로서는 이래저래 찝찝한 여운이 남을 수 있다. 대신 시각으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먹방인’들이라면 스크린에 등장하는 음식의 영상미만으로도 충분히 가볍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울 푸드 드라마’라는 장르대로 일본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미식 로드와 음식의 영상미는 관객들의 공복을 자극하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메인 푸드인 라멘과 바쿠테는 물론, 치킨라이스, 칠리크랩, 피쉬헤드카레 등 다양한 음식의 향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만이 가진 매력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31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