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5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대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풀 사업을) 재개할지 중단할지에 대한 전제는 전혀 없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식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카카오 입장에서 신사업인 카풀 서비스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의 매출은 2017년 1~3분기 1조 4276억 원에서 2018년 1~3분기 매출은 1조 7436억 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03억 원에서 687억 원으로 줄었다. 신사업 투자비용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페이, 글로벌,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중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신규 사업 관련 영업손실이 446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의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카카오의 사업부문은 크게 광고, 콘텐츠, 기타로 나뉜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의 신사업은 기타부문에 속한다. 카카오의 기타부문 매출은 2017년 4분기 1193억 원, 2018년 1분기 1152억 원, 2분기 1198억 원, 3분기 1255억 원으로 매분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인 카카오의 신사업을 현재 실적만 놓고 논하기는 이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건 사실이다.
최근 경쟁자들이 등장한 것도 카카오에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T맵택시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T맵택시의 월간 실사용자는 지난해 10월 9만 3000명에서 지난해 12월 121만 명으로 늘었다. 2개월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택시의 경쟁자가 T맵택시만 있는 건 아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업계에서는 ‘티원택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지원을 받는 만큼 일반 사업자에 비해 점유율 상승이 쉬워 보인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오피스 입구. 사진=고성준 기자
다른 신사업인 카카오페이도 최근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카카오페이 투자’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바로투자증권 인수에 변수가 생겼다.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사 대주주가 되려면 5년 이내에 금융 관련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정기관의 조사나 재판 등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대주주 변경 관련 심사 기간에서 제외돼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대주주 변경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며 “다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도 많아서 확실하게 얘기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과 별개로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준비가 완료됐다고 생각하면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의 재판은 카카오의 다른 핵심 금융사인 카카오뱅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지만 김 의장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콜옵션을 행사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 사이 금융당국에서는 제3호·4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은행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며 “경쟁자라기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 판이 넓어질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증권가 일부에서는 카카오의 올해 신사업 투자가 작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마케팅비를 시장 전망치보다 훨씬 적게 집행해 신사업 투자에 대한 속도조절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며 “2019년은 전반적으로 신사업 투자 속도조절을 통해 2018년보다는 영업비용이 훨씬 효율적으로 통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1년 투자 예산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기에 규모는 지나봐야 알겠지만 기본적인 기조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건 아니다”라며 “(신사업에 관해서는) 기존에 없던 분야에 도전하면서 지금까지 잘 순항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부딪치는 부분은 지혜롭게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SK텔레콤의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 RCS, ‘카카오톡’ 대항마 될 수 있을까 카카오를 연매출 1조 원의 기업으로 만들어 준 1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2010년 출시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 출시 초기에는 마이피플, 틱톡 등의 경쟁자가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서비스를 종료해 카카오톡의 아성을 깰 상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카카오톡에 도전장을 내민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 15일 SK텔레콤은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 ‘RCS’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갤럭시S9, S9+를 통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RCS를 소개하면서 “기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이용량에 따라 데이터가 차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사진과 영상도 용량을 압축해 발송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RCS를 이용하면 고객들이 데이터 차감을 걱정해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니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카카오톡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SK텔레콤은 택시, 음원시장 등 여러 분야에서 카카오와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의 상징과도 같은 어플리케이션(앱)인만큼 RCS와 카카오톡의 경쟁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디어 중심의 세상으로 바뀌고 있어 메시징 앱도 진화가 필요하다”며 “카카오 하나만을 보고 출시했다고 보긴 어렵고, 시대에 발맞춰서 내놓은 서비스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