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행보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는 올해 집권 3년 차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유독 집권 3년 차에 측근 비리, 여권 내부 권력 다툼, 기강해이 사건 등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 레임덕을 앞당긴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15년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후 성완종 리스트, 최순실 사태 등이 이어지며 몰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10년 민간인 사찰,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05년 ‘오일 게이트’ ‘김재록 게이트’ ‘행담도 의혹’이 잇달아 터져 치명상을 입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그해 치러진 총선에서 패했다. 이후 진승현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가 연이어 터지며 레임덕이 시작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1995년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지지율이 폭락했다. 이후 차남 김현철 씨 비리 문제와 IMF사태까지 맞으면서 초라한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통령 단임제 하나만 고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던 이유도 3년 차 징크스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하면서 “임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온다”면서 이를 ‘임기 3년 차의 저주’라고 표현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연초부터 파열음이 끊이질 않았다. 청와대 특감반 사태와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가 정국을 흔들었고, 손혜원 의원 파문이 모든 이슈를 삼켰다. 여당 내 일부 중진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도 심상치 않다.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박영선, 송영길 의원 등이다. 두 사람 모두 4선 중진인데다 과거 ‘비문계(비문재인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다. 두 의원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여권 내부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자유한국당(한국당) 당직자는 “우리도 과거에 여당을 해보지 않았나. 같은 여당이라도 대통령에게 줄을 선 사람과 아닌 사람은 천지차이다. 이명박 정권 때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인사들 상황을 비교해봐라. 집권 3년차가 되면 다음 대선을 생각하기 시작할 시기다. 여당 내 권력분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권 3년 차 징크스가 기강해이에서 시작된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한 한국당 인사는 “집권 3년 차가 되면 권력에 취한다는 표현이 뭔지 알게 되더라. 기강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손혜원 사건이 대표적인 기강해이 사건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인사는 “정권 중반기가 되면 손 의원처럼 호가호위하려는 사람이 생겨난다. 이런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데 사실상 방치했다. 김태우 수사관 폭로를 보면 아직도 터져 나올 문제가 많이 남은 거 같더라. 손 의원은 끝까지 자기 잘못은 없다는 거 아닌가. 늘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 자신이 잘못했다는 자각도 없는 거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정부부처 인사를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여당 의원이 그러면 부정청탁이나 권한남용, 압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집권 3년 차가 되면 사정기관이 차기 정권에 줄을 서려고 묻어둔 여권 사건 파일을 꺼내든다는 음모론도 있다. 유독 집권 3년차에 권력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음모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변호사는 “다만 같은 사건이라도 정권 초엔 더 수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정권 초기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정권 초에 그런 성과를 낸 것은 정말 대단한 거다. 그런데 당시 검찰에 있던 제가 듣기로는 밝혀지지 않은 대선자금이 더 있는데 당사자들이 입을 안 열어서 그나마 액수가 적게 나왔다는 거다. 정권 초니까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는 거다. 만약 대선자금 수사가 집권 3년 차 이후 시작됐다면 규모가 더 컸을 거다. 집권 3년 차에 대형 게이트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것도 3년 차 징크스 징조다. 앞서의 한국당 당직자는 “집권 3년 차가 되면 국민들은 성과가 체감되길 바라는데 집권 3년만에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어느 정권이나 집권 3년 차가 되면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는 거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성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각종 경제지표를 망친 거 아닌가. 집권 3년 차부터 시작되는 민심이반 현상이 과거 정권들보다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당직자는 또 “복원력이라고 해야 하나. 임기 초에는 어떤 사건 사고가 터져도 이겨낼 힘이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촛불시위로 난리가 났지만 결국 이겨내지 않았나. 집권 3년 차부터는 권력비리 사건만 터져도 정권에 치명상을 준다. 문 정부가 3년 차 징크스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임기 후반기에는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끝날 거다. 지금부터라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임기 3년 차 징크스에 대해서는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공직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감찰까지 예고한 상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