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안컵에서 맹활약과 함께 이적설로 이슈가 된 수비수 김민재(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창이다. 대한민국 외에도 이란, 일본 등 아시아 축구 강국들은 우승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호주 유니폼 앞가슴에 새겨진 패치. 전대회 우승국을 의미한다. 사진=AFC 아시안컵 페이스북
아시안컵 우승의 대가는 크다. 아시안컵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축구대회다. 우승시 4년간 ‘아시아 정상’이라는 타이틀이 달린다.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유니폼 앞가슴 부분에 황금색 패치를 달고 뛰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을 상징하는 패치다. 이는 남다른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우승팀에게는 ‘미니 월드컵’이라 불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자격도 주어진다. 각 대륙별 대회, 월드컵 등 축구 강국과 맞붙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또한 이번 대회부터는 우승 상금 500만 달러(약 56억 원)도 걸렸다. 대한축구협회 2019년 예산(약 880억 원)에 약 6%에 달하는 금액이다. 준우승과 3위에도 상금(300만 달러, 100만 달러)이 돌아간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이 같은 영광과 결과물 외에 선수 개인에 따르는 보상도 있다. 더 좋은 조건에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간 일부 아시아 선수들은 아시안컵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큰 무대로 진출하곤 했다.
2011년 아시안컵 당시 5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던 구자철.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3위를 차지한 지난 2011 아시안컵에서 당시 만 21세의 젊은 미드필더 구자철은 극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2010 시즌 K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구자철은 스위스 슈퍼리그의 영보이즈와 이적설을 뿌리고 있었다. 일부에선 ‘너무 작은 규모의 클럽이 아니냐’는 아쉬움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등극하는 활약을 보이자 반전이 찾아왔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카타르에서 귀국하지 않고 곧장 독일로 날아가 분데스리가의 강호 볼프스부르크와 계약을 맺었다.
이 대회에선 구자철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던 지동원(대회 4골)도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결국 지동원은 그해 6월 잉글랜드 무대로 이적했다. 구자철과 지동원 모두 10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구단에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에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3위를 기록한 2011년 대회에서 일본은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던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는 대회가 끝난 이후 일본 J리그에서 독일로 향했다. 이탈리아 체세나에서 활약하던 측면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는 아시안컵 우승컵 들어올린 이후 이탈리아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인터밀란으로 이적 했다.
이외에도 2015년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에 선제골로 비수를 꽂았던 마시모 루옹고는 잉글랜드 4부리그(스윈든 타운)에서 2부리그(퀸즈파크레인저스)로 수직상승했다. 또한 같은 대회 8강에서 강호 이란을 물리치고 이라크를 4강으로 이끌었던 두르감 이스마일도 활약을 인정 받고 터키 무대로 진출했다.
#‘괴물’ 김민재에 쏟아지는 관심
2011 아시안컵에서 2명의 유럽 리거를 배출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2015년 대회에선 별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손흥민, 기성용, 박주호, 김진수 등 당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이미 유럽 무대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신데렐라’라고 불리던 이정협은 상주 상무 소속으로 군인 신분이었다.
김민재는 이번 대회 4경기 2골로 공격적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대표팀은 8년 만에 대회 중 선수가 이적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상황을 맞이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괴물’ 수비수 김민재다. 김민재는 2017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2년간 국내 최고 수비수로 성장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받아 해외 진출에 무리가 없다.
짧은 시간에 대한민국 최고 수비수로 급성장한 김민재를 해외 팀들이 가만둘 리 없었다. 2018 시즌 말미부터 중국 슈퍼리그 쪽에서 김민재를 원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베이징 궈안과 텐진 취안젠이 관심을 보인 가운데 베이징행이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아시안컵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왓포드 FC로부터 이적 제안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축구계 인사들은 “왓포드가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김민재의 아시안컵 활약을 지켜보고 더 욕심이 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재는 아시안컵에서 본업인 수비뿐만 아니라 4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공격적 재능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김민재의 행선지는 현재로선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이적 작업이 진척됐기에 중국행이 더 유력한 상황이지만 김민재는 바레인과의 16강전 이후 “이적에 대해서는 대회가 끝나고 말씀 드리겠다”고 밝혔다.
김민재의 이적설은 뜻밖의 논란을 낳기도 했다. 중국 슈퍼리그 특유의 불안정한 상황은 그간 현지에서 활약하던 한국 수비수들에게 어려움이 되기도 했다. 급변하는 제도에 김영권, 홍정호 등 국가대표급 수비수들이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권경원과 같은 모범사례도 존재).
이에 팬들은 전도유망한 김민재의 중국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특히 손흥민의 토트넘행 이후 약 3년 반만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배출되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잉글랜드행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잉글랜드 특유의 취업비자(워크퍼밋) 제도가 이적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영과 김보경 등도 관련된 문제를 겪은 바 있다. 이적에 필요한 절대적 시간도 부족하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은 1월 한 달이다. 대표팀이 아시안컵 결승까지 치를 경우 2월 1일까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의료진 이슈 끊이지 않는 대표팀 회복과 복귀를 위해 남달리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진 기성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첫 경기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기성용이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다. 회복에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도 첫 경기 필리핀전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홍철, 구자철 등이 대회 기간 중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신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팀의 의료진 문제도 지적됐다. 먼저 대회에 따라나선 팀 닥터의 전공 분야와 관련된 지적이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임무 수행에 적합하지만 현재 주치의는 흉부외과를 전공했다. 이어 ‘대회 도중 의무팀 인원이 팀을 이탈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의무팀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존 계약이 12월 31일에 종료된 것”이라며 “새로운 인원을 합류시켜 공백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속출하는 선수들의 부상과 맞물리며 일부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불안한 의무팀 운영이 선수들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인들은 “의무팀 인원과 선수들의 부상은 직접적 연관이 적다”면서 “의무팀 역할은 의사와 같은 진단이나 치료보다는 회복에 가깝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협회가 공개한 대회 파견 스태프 명단에서도 이들은 ‘의무팀’이 아닌 ‘재활트레이너’로 표기됐다. 국가대표 출신 한 축구인은 “뛰어난 의무진이 있다고 해도 선수 부상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이런 잡음이 생기면 혹여나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어쨋거나 대표팀 관련 부정적인 이슈가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이와 관련해 16강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최근 10경기 동안 지지 않아도 이런 기사가 나오는데 패배한다면 어떤 기사가 나올지 궁금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