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1월 중순 국민권익위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규정하고 있는 공익신고 기관에 언론기관 및 시민단체를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받고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기관의 공익신고기관 추가 개정 관련 문서.
‘공익신고’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진정·제보·고소·고발하거나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현행 공익신고 기관은 감독기관, 행정기관,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국회의원 및 공익침해행위와 관련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공사·공단 등의 공공단체 등이다. 이번 개정의 방향은 여기에 언론기관과 시민단체를 추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언론기관과 시민단체가 추가될 경우 언론기관 및 시민단체의 범위가 매우 넓고 모호하다는 점과 이들이 공익신고 기관으로 추가되면 접수된 공익신고를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 및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데 있다.
내부고발 등 공익신고 관련 제보를 받은 언론사는 취재 과정을 거쳐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보도한다. 취재는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지며 제보자는 언론사의 보호를 받는 취재원 신분이 된다. 그렇지만 언론기관이 공익신고 기관이 되면 제보 내용과 제보자(취재원)를 의무적으로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 및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신고해야 한다. 보호해야 할 취재원을 정부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 게다가 취재원이 정부기관의 보호 내지는 관리를 받게 되면 기사 내용이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 곤란한 내용을 담은 내부고발의 경우 보호라는 명목의 정부 관리 하에서 회유 및 변심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
게다가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언론사는 공익신고 기관의 의무를 위반한 게 되는 데다 그렇게 기사화된 내용의 내부고발자는 공익신고자의 자격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공익신고자 보호가 자칫 언론의 정부 비판 기능 축소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언론기관이 언론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언론인 또는 언론사 등이 모인 언론단체를 말하는 것인지, 언론진흥재단 등 산하기관을 지칭하는 것인지 모호하며, 언론사가 이에 해당된다면 공익신고를 법률에 따라 해당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로 인해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윤리와 충돌할 수 있으며, 언론단체나 언론 산하기관의 경우 기관의 설립목적에 없는 사항이 법률로 강제되는 모순이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공익신고자가 감독기관, 행정기관,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내용이 전달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에도 이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정부가 언론기관을 공익신고 기관으로 추가하는 것은 취재원이나 제보자들의 다양한 공익신고 활동을 위축시켜 언론기관의 주요 기능인 취재와 보도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라며 “공익신고나 제보에 대한 편집권한 자체를 위축시킬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 보호보상정책과 관계자는 “공익신고 기관 추가 의견은 언론, 국회, 신고자단체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나오는 것으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 기관이 되면 법에 따라 신고를 접수 처리하여야 한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의 취지는 내부신고자에 대한 보호강화와 공익신고 대상 법률 확대”라며 “신고의 용이성 및 접근성 향상을 위해 언론기관 및 시민단체를 공익신고 기관에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현재 신고 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이번 정권 들어 공익신고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공들이고 있다. 너무 공을 들이다보니 공익신고 보호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생길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 관련 공익신고 건수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의 경우 신고 건수가 2016년 2611건이던 것이 2017년엔 2521건으로 감소했다. 전체 신고 건수가 11%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