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패션 디자이너 김영세가 동성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조용필, 전영록, 이미자, 강수연 등 내로라 하는 스타의 옷을 담당한 김영세는 명실상부 1세대 톱 디자이너였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오랜 친구인 가수 양수경의 콘서트 드레스 디자인을 독점으로 맡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그런 그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 간다. 개인 운전기사 면접을 보기 위해 김영세의 집을 찾았던 30대 남성 A 씨가 그로부터 성추행과 희롱을 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지난 23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김영세가) 자기 손을 내 허벅지에 올리며 ‘나체를 한 번 보여달라’ ‘당신에게 셔츠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운전기사 B 씨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영세가 자신에게 “침대 위에 올라 와라” “마사지를 해달라. 등에 로션 좀 발라달라” 등 성적인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김영세는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그 친구(A 씨)는 2미터 안에 가까이 오지 않았다.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며 애초에 추행 자체가 발생할 수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A 씨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영세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알리는 ‘커밍아웃’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성향에 대해서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그러나 경찰은 김영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가 사건 당시 김영세와 자신의 대화를 녹취한 자료를 제출해 피해자 측 주장에 힘이 실렸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 녹취 파일에는 A 씨가 직접 김영세의 행동을 저지한 정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세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건은 이것 뿐이 아니다. 지난해 드러난 필로폰 투약 혐의도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세는 성추행 고소가 있은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초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판매 루트를 수사하고 있던 울산지방경찰청이 김영세의 마약 구입 사실을 포착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김영세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청담동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김영세를 구속 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며, 김영세는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석방돼 서울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김영세는 지난 23일 성추행 보도 후 어떤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칩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