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대표이사. 이종현 기자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월 10일 오후 11시 50분경 서울 상암동의 한 일식집에서 손 대표이사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인근 지구대를 찾아가 근무일지 작성을 요구하고 13일 같은 지구대를 찾아 정식 사건을 신고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 진술에서 손 대표이사가 다리와 어깨, 얼굴 등에 네 번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전치 3주 상해진단서를 증거로 같이 접수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손 대표이사의 출석을 요청하고 손 대표이사의 법률대리인과 경찰 출석일을 조율하는 등 내사 중이었다. 김 씨와 손 대표이사는 4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손 대표이사 입건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월 24일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손 대표이사는 입장문을 통해 폭행 관련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히려 김 씨가 불법 취업 청탁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폭행시비 사건 당일에도 김 씨의 협박은 이어졌고, 손 대표이사가 이를 거절하자 김 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했고 손 대표이사가 김 씨에게 “정신 좀 차려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김 씨도 이날 입장문을 내며 먼저 밀회 관련 사안을 언급했다. “손석희 씨 측이 ‘제가 밀회 관련 기사 철회를 조건으로 채용을 요구하며 손 씨를 협박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을 익히 인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힌 것. 그러면서 김 씨는 자신이 밀회 기사 철회를 조건으로 채용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손 대표이사가 먼저 채용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대표이사 측은 입장문에서 김 씨가 접촉사고를 기사화하겠다며 채용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도대제 왜 한 쪽에선 ‘밀회’를 언급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선 ‘접촉사고’를 얘기하는 것일까. 바로 여기서 접촉사고 당시의 동승자 논란이 촉발됐다.
김 씨가 주장하는 문제의 사건은 무엇일까. 2017년 4월 16일 밤 경기도 과천 시내의 한 주차장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손 대표이사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이사는 입장문에서 이날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견인차량과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자비로 배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은 다르다. 추가 진술 등에서 김 씨는 손 대표이사의 차량이 접촉사고를 낸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손 대표이사가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하다 피해자로부터 추적을 받고 경찰 출동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손 대표이사가 피해자에게 건넨 합의금 150만 원이 경미한 사고치곤 금액이 크다는 점과 함께 동승자 신원, 차량 운행사유, 접촉사고 인지 여부 등 석연치 않은 해명을 자신에게 늘어놨다고 주장했다.
김 씨와 손 대표이사의 녹취파일도 공개됐다. 이 녹취파일은 폭행시비 당시로 여겨지며, 손 대표이사가 김 씨에게 손을 댄 것은 맞지만 폭행의 정도 등을 파악할 순 없는 상태였다. 김 씨는 전치 3주 진단서를 끊어 경찰에 증거로 접수시킨 상태다. 녹취파일에서 김 씨가 “경찰을 부를까요. 폭력인지 아닌지 가려볼까요. 한번”이라고 말하자 손 대표이사는 김 씨에게 “물리적 강도와 상관없이 아플 수 있겠다. 그럼 폭력이다. 미안해. 설사 내가 널 살짝 건드렸더라도, 니가 아팠으면”이라고 사과했다.
녹취파일에는 손 대표이사가 “너 용역을...”이라 말한 뒤 잠시 대화가 끊긴다. 누군가 편집을 한 것으로 들린다. 이어진 대화에서 김 씨가 손 대표이사에게 폭행 관련 얘기 말고는 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손 대표이사가 뭔가 폭행 이외의 대화를 꺼내려 한 부분이 편집된 것으로 들리는 터라 이 대목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은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 관련 의혹으로 이어졌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폭행시비 이어 밀회 의혹 논란까지 불거졌다. 손 대표이사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법정 소송을 예고했다.
이에 손 대표이사는 25일 다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김 씨의 과거 접촉사고 때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모두 허위”라고 반박하며 “‘손석희 흠집내기’로 몰고 가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둘러싼 모든 루머 작성자와 유포자, 이를 사실로 전하는 매체에 대해 추가로 고소하겠다고 발끈했다.
한편 ‘일요신문’에선 김 씨가 경찰서에 이메일로 보냈다는 추가 진술서를 통해 그의 주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추가 진술서에서 김 씨는 사고 당일 손 대표이사가 동승자 논란에 대해 90세를 넘은 자신의 어머니가 탑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대물 뺑소니 관련 의혹을 제기한다. 경미한 사고였다는 손 대표이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손 대표이사의 차량에 후방감시 카메라와 경보 시스템 등이 장착된 만큼 접촉사고 인지를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대물 뺑소니 사고에선 운전자의 사고 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입장문에서 손 대표이사는 ‘모르고 자리를 떠났다’고 밝힌 데 반해 김 씨는 사고를 인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김 씨는 자신이 이 사건에 대해 계속 묻자 손 대표이사는 “나를 취조하는 것이냐?”며 답변을 피했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김 씨는 동승자 의혹을 이어가면서도 접촉사고 자체에서 비롯된 뺑소니 여부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밀회’보다는 손 대표이사의 입장문처럼 접촉사고 자체가 논란과 의혹의 중심이 될 여지가 더 커 보인다. 경찰의 한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나온 입장 등을 비교하면) 과천 차량접촉사고의 경우 김 씨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뺑소니 여부 조사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한편, 손 대표이사가 제출한 김 씨의 공갈미수 등 혐의 고소건은 25일 서울서부지검이 형사1부에 배당해 마포경찰서에 김 씨가 접수한 손 대표이사의 폭행 사건과 병합해 수사할 방침이다. 밀회 의심, 폭행시비, 채용협박, 뺑소니사고 등 손 대표이사와 김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투명한 폭로전 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