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가 야구 정규이닝 축소 계획을 밝혔다.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이제 국제대회에서 ‘야구는 9회말 투아웃까지’란 명언을 인용할 수 없을지 모른다.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 국제대회에서 야구 정규이닝 축소 방안을 내놓은 까닭이다.
1월 26일 WBSC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집행이사회 결과를 알렸다. 그러면서 WBSC는 일부 국제대회에서 야구 정규이닝 축소 계획을 밝혔다.
‘정규이닝 축소’는 2020년 개최 예정인 23세 이하(U-23) 야구월드컵에서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U-23 야구월드컵은 일부 프로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다. WBSC가 세계랭킹을 산정할 때 ‘프리미어 12’,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한편 WBSC는 2021년부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도 정규이닝 단축안을 도입해 ‘야구 경기 시간 단축’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WBSC가 ‘성역’이라 불리던 야구 정규이닝에 칼을 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야구 관계자는 “‘야구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국제 스포츠계의 시선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다’,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를 들며 야구의 올림픽 잔류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는 상황이다. WBSC는 추후 야구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으로 ‘정규이닝 단축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규이닝 단축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야구계 일각에선 “정규이닝 단축은 야구 본연의 매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 야구인은 “야구는 가능성이 무한한 스포츠다. 이제 국제대회에서 8·9회 대역전극을 볼 수 없는 것 아니냐. 야구의 본질이 흐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과연 정규이닝 단축이 ‘야구 세계화’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