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OREA 3X3 프리미어리그 트라이아웃. 사진=한국3대3농구연맹
[일요신문] 지난 26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위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 인근 서초종합체육관에 키큰 청년들이 몰려 들었다. 운동화와 운동복 차림의 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체육관을 서성였다. 2019 KOREA 3X3 프리미어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3X3 농구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농구 코트의 반쪽에서 조금 더 작은 공으로 격렬한 몸싸움과 함께 진행되는 3X3 농구는 국내외에서 점점 더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오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농구의 세부 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남자 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KBL 은퇴선수인 주희정, 이동준 등의 참가로 리그가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진=한국3X3농구연맹
오는 5월 두번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시즌 참가했던 팀들 중 2개 팀이 이번 시즌 참가를 확정지었고 4개 팀이 새롭게 참가했다. 이들 6개 팀의 선수 충원을 위한 트라이아웃이 26일 열려 ‘일요신문’이 현장을 찾았다.
프로 선수의 꿈을 품고 도전에 나선 선수들은 모두 78명이었다. 이들은 현장에 도착해 테스트 경기에 나서는 조 편성을 확인했고 친분이 있는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일부는 긴장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트라이아웃에도 참가했었다는 전용태는 “올해는 가진 실력을 전부 보여줘서 선발이 됐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그는 스스로를 “선수출신은 아니다”라고 소개하며 “농구를 좋아하고 꾸준히 3X3 대회에 출전해왔다. 작년 트라이아웃에서는 3X3에 입문한 초기라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지난 1년간 슈팅능력을 많이 향상 시켜 이제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예고됐던 11시 30분이 되자 선수들이 체육관 내부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선수 등록을하고 양말과 팀조끼 등을 지급 받았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2차례 테스트로 진행됐다. 1차에서는 키, 몸무게, 윙스팬(팔길이) 등을 측정했다. 단신 축에 속하는 농구 유튜버 한준혁이 눈에 띄었다. 그는 지난 KBL 드래프트에 지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신장 측정 차례가 되자 급하게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늘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참가를 결심했다. 나는 농구하기에는 작은 키인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든 1cm라도 크게 측정되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저의 키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따내는 것이 목표지만 제 유튜브 채널에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아 참가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선수들의 1차 테스트가 마무리되는 시점, 2차 테스트인 실제 3X3 경기가 이어졌다. 2개 라운드로 나뉘어 선수들이 2경기 씩을 치를 수 있게 진행됐다. 선수들은 5분 안에 각팀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선보여야했다. 경기는 자연스레 치열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팀 데상트 주장 자격으로 참가한 전 농구선수 출신 배우 박광재(왼쪽)
그는 자신의 팀에 필요한 선수로 센터를 꼽았다. “3X3은 몸싸움이 심하다보니 힘이 중요하다. 스피드와 체력적인 면도 떨어지면 안된다. 나머지는 연습으로 보강할 수 있다”면서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작년에는 팀이 구성되고 내가 늦게 합류했다. 준비도 덜됐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시작을 함께한다.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재 이외에도 각 구단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을 살폈다.
경기는 5분씩 빠르게 진행됐다. 경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선수들의 얼굴은 제각각이었다. 만족감을 보이는 이도,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선수들은 최종 선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함께 호흡을 맞춘 미국 이민자 출신 케빈은 “급조된 팀이지만 서로 소통이 잘돼서 게임이 잘 풀린것 같아 기쁘다”면서 “우리 경기가 1라운드 마지막이었는데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지 않나(웃음). 우리가 ‘언더독(Underdog)’ 처럼 승리를 거둬서 팀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 남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를 전후로 예정된 26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주사위는 각 구단으로 넘어갔다. 선수는 기다리는 입장이다. 3대3농구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참가 신청서를 받을 때 개인정보 공유에 동의 여부를 미리 받았다. 각 구단 구단주와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선수와 접촉할 예정이다. 계약 과정에 연맹이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도전에 임했던 78명의 참가자 중 몇 명이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신체 측정 만으로도 ‘두근두근’…취재진이 직접 참가한 트라이아웃 ‘일요신문’ 취재진의 생애 첫 윙스팬 측정. 이번 2019 KOREA 3X3 프리미어리그 트라이아웃에는 ‘일요신문’ 취재진도 참가 선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자 사전에 참가 신청을 했다. 취재 활동에 임할 때는 최소한의 격식을 갖춘 복장으로 나서지만 이날 만큼은 농구화와 운동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오전 11시 30분, 체육관 입장 시간에 다다라 선수들 틈에 섞여 줄을 섰다.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틈바구니에서 위압감이 느껴지면서도 트라이아웃에 나선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체육관 입장 이후 신분을 밝히고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았다. 먼저 신발을 벗고 신장과 체중을 동시에 측정하는 장비 위에 올라섰다. 자동 측정기가 머리에 닿는 순간 뒷꿈치를 살짝 들어 올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다. 10여년 전 병역판정검사 당시보다 줄어든 결과가 나왔지만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췄다. 윙스팬 측정이 이어졌다. 생애 첫 측정이었다. 나름 긴 팔을 가지고 있어 농구에 유리하다는 생각은 오랜 착각이었다. 실망스러운 결과만이 이어졌다. 신장에 비해 윙스팬은 고작 1.5cm가 길 뿐이었다. 넉넉했던 것은 몸무게 밖에 없었다. 이어진 2차 테스트에서는 고민 끝에 불참을 사전에 알렸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선수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차 신체 측정만으로는 선수들의 간절함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을 지켜보고 호흡하며 그들의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신체 측정 외에 서전트 점프 측정이나 별도의 슈팅, 스킬 테스트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