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는 사람이 향기로운 도시이다. 사진제공=군포시
[군포=일요신문] 손시권 기자 = 군포에는 향기가 있다. 매일매일이 느낌이 있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멋지다. 그래서 군포에 가면 늘 사람 냄새가 향기롭고 아름답다. 군포(軍浦)라는 이름에는 군과 관련된 설들이 많다. 혹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패하여 후퇴하던 승려 의병과 관군에게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제공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또 혹자는 청일전쟁 때 청나라 군인들이 군함을 타고 한강을 거쳐 안양천을 경유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물론, 다른 주장들도 있으나 이름 그대로 군포는 군대(軍)를 위한 포(軍)구였으리라. 이곳에서 많은 군사들이 저마다의 의(義)와, 저마다의 충(忠)과, 저마다의 신(信)으로 죽고 죽이며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으리라. 그래서 군포에는 치열한 삶의 향기가 있다.
#“왕손이 수도한 군포의 진산(鎭山) 수리산(修李山)”
군포의 진산(鎭山)은 수리산(修李山)이다. 빼어난 산봉의 방위가 마치 독수리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또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현재 속달동에 위치하고 있는 수리사(修理寺)의 이름에서 따 수리산(修理山)이라 하고, 더러는 조선조 때에는 왕손이 수도를 하였다 하여 수리산(修李山)이라 한다.
29만 군포시민은 물론 안양, 안산 시민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수리산은 군포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군포시의 진산으로 2009년에 경기도의 세 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수리산은 청계산(618m), 광교산(582m), 관악산(629m), 백운산(564m)등 광주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산지 중의 하나로 군포시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가장 큰 산이다.
수리사산림욕장은 159.4ha 면적으로 이용객들에게 교육·문화공간과 친자연적인 휴양환경을 제공하며 자연체험이라는 매우 높은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테마별 공간(숲명칭)으로는 피크닉장(숲속다람쥐교실, 시가있는숲, 건강발지압장, 황토맨발길), 임간교실, 만남의광장, 쉼터, 명상의숲, 숲속까치교실, 힘기르는숲, 독서의숲, 사색의숲, 사교의광장, 쉬어가는숲, 관모쉼터피크닉장약수터, 산딸기약수터, 수리약수터 등 15개소가 있다.
군포 양지동산 ‘철쭉공원’. (사진제공=군포시)
#구운몽을 지은 서포 김만중의 형인 김만기 묘역
대야미 전철역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나가 월광사 쪽으로 가다보면 멀리 김만기 묘역의 재실과 묘역 일부가 보인다. 김만기(金萬基 1633~1687)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구운몽’을 지은 서포 김만중의 형이다.
묘역 입구의 문화유적안내판을 따라 우측길로 접어들면 재실이 나오고 재실 뒤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광산 김씨 묘역이 나타난다. 묘역에는 김만기 선생의 묘와 함께 김만기의 아들 김진구와 김진부, 손자 김복택의 묘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김만기 선생의 묘소는 이 묘역의 가장 윗부분에 자리하고 있는데, 서원부부인 한씨와의 합장분을 중심으로 어필비, 묘표, 문인석, 망주석, 상석, 향로석 등의 옛 석물이 설치되어 있다. 신도비는 묘역 맨 아래 산언저리에 서 있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는 군포 산본신도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야미 마을은 군포시에 남아 있는 유일한 자연 농경마을이다. 대야미 마을은 전체 면적의 98%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도심 속 농촌 같다.
너른 들판과 호수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마을. 이 때문에 대야미 마을에는 최근 들어 문화예술인들의 작업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마을에는 조선 중기의 문신 정광보가 지은 동래 정씨 동래부원군 종가가 보존되어 있다.
대야문화센터에 가면 누리천문대에서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다. 대야동 주민자치센터 내 대야도서관 4층, 5층에 자리 잡은 누리천문대는 대형굴절망원경으로 태양과 행성 등 다양한 천체를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관측소, 실내의 천장 스크린에 밤하늘의 별자리를 가상재현해놓은 플라네타리움, 3D 입체PC와 달 위상변화 체험기 등을 갖춘 천문우주체험관 그리고 각종 과학영화를 삼차원 입체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4D 입체상영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신령한 숲, ‘덕고개 당숲’
50여 미터 짧은 숲길 안쪽에는 300년이 넘게 제사를 지내온 당집이 자리 잡고 있다. 50여 그루의 나무는 덕고개마을과 군포시의 안녕을 기원하며 당당히 세월을 지켜냈다. 17세기말 효종 넷째 공주인 숙정공주와 동평위 정재륜의 쌍묘가 이곳에 만들어지면서 숲이 조성됐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는 당숲을 제외한 주변산이 일본인에게 매각됐다. 주변산은 베어지고 낙엽송, 잣나무의 인공조림지가 됐지만 당숲은 수령 300년 정도의 나무 50여 그루가 당당히 세월을 지켜냈다. 회색 줄기가 근육처럼 울퉁불퉁 나와 있는 서어나무 다섯 그루는 당집을 중심으로 듬직하게 숲을 받치고 있다.
군포의 진산(鎭山) ‘수리산(修李山)’. (사진제공=군포시)
#길 위에서 쉼을 얻다 ‘군포 수릿길’
수릿길이란 군포시를 품어 안고 있는 수리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한자는 ‘修理’이며 ‘마음을 닦아 이치를 깨닫다’라는 뜻이다. 수리산둘레길-수리산임도길-자연마을길-도심테마길로 이어진다. 수리산 둘레길은 굽이굽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 산속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코스가 다소 길어 힘들다면 임도오거리로 오르지 않고 8단지 중앙도서관으로 내려 오는 하프코스를 즐겨도 좋다.
중앙도서관 옆 가파른 길만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네 살 아이도 걷기 편한 임도가 쭉 이어진다. 코스의 중간 어디에서든 돗자리와 먹거리만 준비하면 유쾌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갈치호수에서 당숲을 지나 납덕골 벽화마을로 이어지는 길. 동래 정씨 종택과 정난종 선생 묘역이 있으며 수백 년 묵은 고목이 우거진 당숲의 가을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도심테마길은 하늘을 가린 무성한 숲의 터널 속에선, 햇빛도 깜박 숨을 죽인다. 수리산에서 솟구친 푸른 물결이 넘쳐흐르다 내를 이룬 도심의 숲길에 서서 사람들은 가슴 깊이 생기를 들이 마신다. 느티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깊은 가을이면,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을 밟을 수 있다.
역사, 그리고 시간의 치열함을 담은 향기로운 도시 군포시는 사람의 향기가 강하다. 이곳에 이제 다시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쇠퇴한 도시를 재활성화시켜 도시 경쟁력이 더해진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