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전문 헤비 업로더는 확연히 줄어
에로비디오 제작사 관계자 등 성인콘텐츠 전문가 몇몇의 도움을 받아 유명 웹하드 사이트 여러 곳을 둘러본 결과 ‘양진호 사태’ 이후 실제로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의 유통은 분명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웹하드 사이트에선 이런 콘텐츠 앞에 ‘국산’ ‘국노’ ‘국’ 등의 말머리를 붙여 해외에서 제작된 포르노가 아님을 부각해왔다. 통칭해서 ‘국산’이라 불리던 불법 성인콘텐츠는 지난 몇 년 동안 전성기를 누려왔다. 절정기로 분류되는 2016~2017년 즈음에는 매달 ‘신작’이라 불리는 새로운 ‘국산’ 콘텐츠가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는 단속이 강화된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양진호 사태’를 기점으로 거의 사라졌다. 성인콘텐츠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국산 전문 헤비 업로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성인콘텐츠 전문가의 설명이다.
일요신문 DB
“웹하드 사이트마다 나름 유명세를 확보한 아이디의 헤비 업로더가 몇몇 있었다. 그들이 등록한 콘텐츠를 보면 90% 이상이 ‘국산’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유통되는 불법 국산 성인콘텐츠를 대거 확보해 두고 업로드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양진호 사태’ 이후 그들이 활동을 중단했다. 이처럼 전문적으로 그런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이들이 사라지자 웹하드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국산’도 거의 사라진 것이다. 결국 지금껏 ‘국산’이라 불리는 성인콘텐츠의 유통을 몇몇 헤비 업로더들이 주도했음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웹하드 카르텔’은 헤비 업로더와 웹하드 사이트, 그리고 필터링 업체를 하나의 주체가 모두 지휘·감독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불법 콘텐츠를 ‘공급’하는 헤비 업로더와 ‘유통’하는 웹하드 사이트, ‘감시’하는 필터링 업체가 각자의 기능 대신 누군가의 수익을 위해 움직이면서 피해자를 양산해온 것.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고가의 비용을 받고 관련 불법 성인콘텐츠를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까지 웹하드 카르텔의 한 축이었다. 그런데 웹하드 카르텔을 향한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되면서 헤비 업로더들이 활동을 중단하자 비로소 철옹성 같던 카르텔의 한 축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 필터링 업체의 한계는 여전한 취약점
그렇다면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 ‘국산’이라 불리는 불법 성인콘텐츠가 모두 웹하드 업체에서 사라진 것일까. 유명 웹하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국산 유통 실태를 살펴본 성인콘텐츠 전문가들은 “그건 아니다”는 답변을 내놨다.
과거처럼 웹하드 사이트의 성인 섹션에 들어가기만 하면 손쉽게 그런 콘텐츠를 찾아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다만 조금만 공을 들여서 검색하면 여전히 ‘국산’이라 분류되는 동영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 이런 콘텐츠가 자주 올라왔다. 헤비 업로더는 없지만 여전히 업로더는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성인콘텐츠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몇몇 주요 키워드가 있다. ‘국산’ ‘국노’ ‘국’ 등 너무 드러나는 단어는 웹하드 사이트들이 검색 기능에서 ‘금칙어’로 막아 놓은 등의 자정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과거 이런 불법 성인콘텐츠를 많이 접한 다운로더들이 기억하는 제목 키워드는 훨씬 더 많다. 이런 키워드를 활용해서 조금만 공을 들여 검색하면 여전히 ‘국산’을 찾을 수 있다. 과거처럼 전문적으로 그런 콘텐츠를 올리는 헤비 업로더는 사라졌지만 당시 ‘국산’ 불법 콘텐츠를 다운받아 소장하고 있던 일반인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이 개인적으로 하나둘 업로드한 것들이 여전히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선 필터링 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군가 그런 콘텐츠를 올릴지라도 필터링이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직 원활하지 않은 듯하다.”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
보다 효율적인 필터링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DNA 필터링’ 기술 전면 도입 카드를 내세웠다. 이미 지난해 방통위는 조달청 공개입찰을 통해 DNA 필터링 시스템 도입 사업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했으며 지난해 12월 테스트 및 시범운영에 돌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올해 1월부터 웹하드 사업자가 DNA 필터링 기술을 전면 도입하도록 하며 미이행 사업자는 제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1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유명 웹하드 사이트의 현황을 살펴본 성인콘텐츠 전문가의 대부분은 “둘러본 사이트가 DNA 필터링 기술을 전면 도입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기대만큼 필터링이 된다고 보이진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근거는 이 기간 동안 그들이 찾아낸 소위 ‘국산’이라 불리는 불법 성인콘텐츠들일 것이다.
# 상업적 논리에선 인권보다 저작권 보호가 우선(?)
그렇다면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 ‘국산’이라 불리는 불법 성인콘텐츠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DNA 필터링’ 기술의 완벽 구현이 필요한 것일까. 물론 완벽하게 필터링해줄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면 상당 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DNA 필터링’ 기술보다 웹하드 사이트들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에는 성인콘텐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콘텐츠다.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크게 ‘제휴’와 ‘일반’으로 나뉜다. 제휴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자와 제휴가 돼 웹하드 업체가 다운로더에게 정해진 비용을 받고 이를 분배하는 방식이다. 일반 콘텐츠는 저작권자와 제휴가 이뤄지지 않은 콘텐츠다. 제휴 콘텐츠의 경우 일반적인 VOD 가격이 책정된다. 극장 동시 개봉작의 경우 1만 원가량, 신작은 4000원가량, 그리고 점차 2000원, 1000원 등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의 규탄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의 경우 저작권 관리에도 철저해 웹하드 등에서의 불법 다운로드에 강력 대응한다. 그만큼 웹하드 업체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시름하는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의 인권 앞에서 웹하드 업체들은 그리 발 빠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강력한 웹하드 카르텔을 중심으로 이 부분을 탄탄한 수익모델로 삼아 왔다. 이에 대해 조사에 참여한 한 성인콘텐츠 전문가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상업적인 논리에서 보면 당연히 웹하드 업체는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를 하는 업체들의 저작권 보호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려 해도 방법이 없다. 그나마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디지털 장의사 업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냥 속병만 앓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결국 적극적인 단속이 절실하다. 저작권을 가진 기업의 강력 대응만큼 정부도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인다면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들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
다시 급증한 ‘국산’ ‘국노’ ‘국’, 다운로드 받아보니 ‘낚시당했네!’ 유명 웹하드 사이트 여러 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최근 들어 갑자기 ‘국산’ ‘국노’ ‘국’ 등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에 자주 사용되는 말머리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목도 매우 자극적이다. 과거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에서 자주 등장하던 키워드가 제목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 포르노에서나 볼 듯한 매우 자극적인 제목도 있었다. 다시 그들이 되살아난 것일까. 확인 결과 ‘국산’ ‘국노’ ‘국’ 등으로 포장된 이런 콘텐츠들은 대부분 성인콘텐츠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었다. 합법 성인콘텐츠로 ‘일반’이 아닌 ‘제휴’로 분류되는 것들이었다. 대부분 소위 말하는 에로비디오들이다. 제목은 불법 콘텐츠처럼 꾸며져 있지만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보면 대부분 영등위 심위까지 받은 정식 등록 성인물들이다. 이런 불법 콘텐츠를 찾는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에로물을 업로드하는 이들이 이런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낚시인 셈이다. 아예 몰카와 리벤지포르노처럼 보이도록 제작된 에로물들도 많다. 합법 콘텐츠인 만큼 노출 수위는 지키는 가운데 마치 몰카이거나 연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성관계 동영상처럼 보이도록 연출을 한 것. 연출된 영상이다 보니 화질이나 카메라 각도 등은 훨씬 좋고 노출 수위도 합법적인 경계를 넘지 않는다. 실제로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웹하드 카르텔까지 무너지는 상황에서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는 곳은 단연 합법적으로 성인 콘텐츠를 만드는 에로업계다. 사실 에로업계는 비디오 대여 시스템이 탄탄했던 90년대에 엄청난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웹하드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해지면서 비디오 대여시장이 몰락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역시 에로업계였다. 이후 20여 년 가까이 암흑기를 보내야만 했다. 웹하드와 IPTV 등의 유통망을 통해 VOD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에로업계 역시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그렇지만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성인콘텐츠가 몇백 원의 낮은 가격으로 유통되는 상황 속에서 최소 500원에서 수천 원에 이르는 정당한 비용을 받는 합법 에로물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웹하드 카르텔이 무너지면서 에로업계는 비로소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에로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일까. 이번 조사 과정에 성인콘텐츠 전문가로 참여한 한 에로업체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20여 년 만에 제대로 경쟁해 볼 만한 시장이 생긴 것은 분명한 호재다. 수년 전만 해도 에로물 제작 회사가 한두 개 정도밖에 안 남았었고 모텔 등에서 서비스되는 유료 성인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할 일의 전부이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 최근에는 몇몇 작품이 웹하드 사이트나 IPTV에서 인기를 끌며 꽤 수익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웹하드 사이트에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포르노가 일반 콘텐츠로 유통되고 있다. 여전히 힘겨운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적인 노출 수위도 지켜야 한다.” 에로업계의 확실한 부활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확실한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근 국내 네티즌들을 일본 AV를 구하더라도 좋아하는 AV 스타의 것만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반면 아직 국내 에로업계에는 확실한 간판스타가 없다는 것. 90년대 에로비디오 업계의 전성기를 이끈 진도희나 이규영, 은빛, 유리, 하소연 등과 같은 간판스타들이 존재했었다. [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