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전주시지부,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롯데피해자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롯데그룹 ‘갑질’과 공정위의 롯데그룹 봐주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은 지난 22일 롯데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017년 3월 정기세무조사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인데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1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은 바 있다. 국세청의 롯데칠성음료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는 이러한 점들을 전부 뒤집는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조사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남다른 시선이 쏠린다. 조사4국은 기업 탈세, 비자금 조성, 비리 등과 관련한 혐의나 첩보를 입수하고 심층·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조사 목적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계열사 롯데마트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전가한 혐의로 롯데마트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유통거래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상정한 상태”라며 “현재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고, 최종 결정이 나면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된 것은 물류센터에서 매장으로 운송하는 비용인 ‘후행물류비’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에서 물류센터로 운송하는 비용인 ‘선행물류비’는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후행물류비는 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5년간 납품업체 300곳에 후행물류비를 전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미뤄보면 과징금이 유통업계 최대 규모인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는 공정위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물류비를 선행·후행으로 나눠 생각하지 않은 데다 물류비를 과다하게 책정하거나 납품업체에 물류센터 납품을 강제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공정위는 물류센터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줬기 때문에 물류센터를 기준으로 상품의 소유권이 롯데마트로 넘어갔다고 보고, 물류센터에서 각 매장으로 운송하는 물류비(후행물류비)를 롯데마트가 부담해야 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각 매장이 아닌 물류센터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편의를 위해서였으며, 운송 또한 납품업체가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납품업체들 주장은 다르다. 롯데마트의 물류비 과다청구 문제를 최초로 공정위에 신고한 육가공업체 신화의 윤형철 대표는 “롯데는 납품금액의 7~10%를 후행물류비 명목으로 가져갔는데, 이는 일반 택배비의 몇십 배에 달한다”며 “검수를 이유로 10분가량 걸리는 거리의 매장에도 직접 납품하지 못하고 물류센터로 납품하게 했는데, 이는 롯데마트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납품업자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들은 후행물류비를 따로 받지 않아 업계 관행이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부산롯데타워, 주거시설은 빼고 공중수목원으로… 롯데그룹이 10년째 지지부진하던 ‘부산 롯데타워’ 건립 사업을 재개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롯데는 지상 107층 높이 상업건물에 주거시설을 포함한 초고층빌딩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초고층 롯데타워 사업계획을 백지화하고 380m 높이의 전망대형 타워 건립으로 변경했다. 롯데그룹은 세부 설계와 인허가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착공할 예정이다. 부산 롯데타워는 고층부, 중층부, 저층부로 나뉜다. 고층부에는 세계 최초의 공중 수목원이 조성되고 북카페,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지역에서는 그간 논란이 돼온 주거시설을 제외한 랜드마크 건설 계획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시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직접 롯데를 방문해 시민의 열망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 롯데가 이에 통 크게 화답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간 건립사업이 지지부진해 보였던 것은 2016년에야 롯데타워 건립 부지의 환수를 둘러싼 소송이 마무리돼 소유권이 완전히 인정된 이후 계획을 세웠고, 2017년에는 주거시설 포함 여부를 논의하느라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시와 주거시설 제외 및 공공성 강화 등을 논의해 구체적 계획안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롯데는 ‘부산 원도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관광 랜드마크를 짓자’는 원칙을 갖고 개방형 문화관광단지를 구상해 이번 계획안을 내놓았다. 롯데는 부산 롯데타워와 영도대교, 북항 오페라하우스, 동부산 테마파크를 연결하면 부산 중서부 원도심에서 동부산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의 롯데 관계자는 “롯데타워를 비롯한 다수 주요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부산시민들이 롯데그룹에 애정을 가져주시는 만큼 그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롯데타워의 공사 지연을 지적해오던 고대영 부산시의원은 “주거시설을 제외하고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는 롯데의 사업 재개를 환영한다”며 “이번 개발 과정에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들에게 계획을 공개하고 함께 논의했으면 하고, 마지막 남은 과제인 롯데백화점의 현지법인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