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이사로 재임 중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 썬’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승리 인스타그램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24일의 일이다. 이날 김상교(29) 씨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유명 클럽 ‘버닝 썬’을 찾았다. 승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탄 이곳에서 김 씨는 다소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고 했다.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서 한 여성이 김 씨의 앞에 나타났다. 이 여성이 김 씨의 등 뒤로 몸을 숨긴 순간, 한 남성이 그를 잡아챘다. 김 씨는 이 남성을 “버닝 썬 이사 장 아무개 씨”라고 지목했다.
김 씨에 따르면 장 씨가 여성의 가슴과 어깨 부위를 거칠게 잡고 끌어내려 했으나 여성이 김 씨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런 몸싸움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김 씨가 장 씨를 막아서자, 장 씨가 갑작스럽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즉, 김 씨는 장 씨 또는 클럽 내 누군가의 추행으로부터 벗어나려던 여성을 구해주려 했을 뿐이었는데 갑작스런 폭행과 맞닥뜨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버닝 썬’ 측의 주장은 다르다. ‘버닝 썬’ 측은 “김 씨가 여성 손님과 종업원을 추행하고 있는 것을 본 직원들이 김 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나가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난동을 부리며 욕설을 했기 때문에 폭력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수사를 담당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버닝 썬’ 측이 제출한 추행 의심 영상을 토대로 김 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으로 김 씨 측은 ‘버닝 썬’이 이른바 ‘물뽕’으로 알려진 최음제 약물을 사용해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방조해 왔다고 폭로하며, 이 사건 역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버닝 썬’ 고액 테이블 관계자들, 대표들이 술에 물뽕 타서 성폭행 당한 여자들 제보도 받았으며 방송사 촬영도 했다. 지난 12월에 성폭행 영상도 입수했으며, 불특정 다수의 여성 피해자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신이 실제로 ‘버닝 썬’에서 발생한 물뽕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라 밝힌 청원인이 별도의 국민청원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클럽에서도 경찰서에서도 폭행이 있었다.
‘강제추행’ 여부는 앞으로의 조사에서 밝혀질 일이겠지만, 김 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가 공개한 ‘버닝 썬’ 입구 인근 CCTV 영상에는 클럽 보디가드 등 직원들과 이사인 장 씨가 김 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직원들이 김 씨의 팔을 잡으면 장 씨가 그를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식이었다.
‘버닝 썬 집단 폭행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 역삼지구대로 옮겨진 뒤 경찰들로부터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상교 씨 인스타그램
김 씨는 지구대에 가서 10여 명 상당의 경찰관들에게 둘러 싸여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갈비뼈 3대 골절, 횡문근융해증 등 전치 5주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 경찰 측은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무방해 제압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며 골절의 경우는 경찰 폭행으로 다친 것인지, 클럽에서 다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상을 입은 환자를 후송해야 할 구급대원을 경찰 조사를 핑계로 돌려보냈다”라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씨의 요청으로 119구급대가 2번 출동했으나 처음에는 김 씨가 대원들에게 거친 언행과 함께 돌아가라고 거부했고, 두 번째 출동에서 구급대원이 상태를 확인 후 긴급한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철수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경찰들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바닥에 침을 뱉는 등 행위를 하면서 앞선 집단폭행, 업무방해, 강추행 외에도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모욕, 관공서 주취소란 등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김 씨가 경찰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경찰, 클럽 관계자들에게 돈 받고 사건 무마” vs “일방적 주장“
김 씨는 강남 경찰과 ‘버닝 썬’ 관계자들 간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 당일 집단 폭행 피해를 입은 김 씨를 ‘영업 방해 피의자’로 현행범 체포하고, 실제 폭행 가해자인 장 씨나 ‘버닝 썬’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자진 출석을 명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버닝 썬’ 관계자들은 사건이 강남경찰서로 이관된 뒤에야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장 씨는 사건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이후 지구대에 자진 출석했다. 김 씨는 집단 폭행 가해자인 이들에게 ‘수사 편의’가 제공됐으며, 이는 ‘버닝 썬’이 경찰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상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과 클럽 ‘버닝 썬’ 간의 커넥션을 주장하는 김 씨가 올린 청와대 청원. 하루도 채 되지 않아 12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그러나 경찰 측은 이에 대해 “김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김 씨가 집기를 집어던지는 등 흥분 상태로 인적 사항 확인을 거부했고, 클럽 손님과 보안요원들로부터 김 씨가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행패를 부렸다는 진술을 확보해 현장 체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동 당시에도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피해 방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 측의 행동을 포함해 양 측의 주장이 엇갈려 현재 사실 확인을 진행 중이며 장 씨 역시 상해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했다”라며 “‘버닝 썬’에서 일어난 일은 쌍방 폭행으로 수사 중이나 ‘버닝 썬’ 측이 김 씨의 강제추행 혐의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도 함께 수사 하고 있다. 양 측 진술과 증거들을 토대로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차분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닝 썬’ 측은 물의를 일으킨 장 씨를 퇴사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