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썬’에서 공개한 이른바 ‘물뽕 피해 의혹 여성’ 관련 영상. 사진=버닝 썬 공식 인스타그램
30일 기자와 만난 전직 클럽 MD(Managing Director)들이 전한 말이다. 최근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8)가 이사로 재임 중이던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 썬’에서 제기된 이른바 ‘물뽕 의혹’에 대해서다. ‘버닝 썬 집단 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주장하고 있는 김상교(29) 씨는 자신의 폭행 피해 사실과 함께 “버닝 썬에서 경영진들의 지시 아래 물뽕을 이용한 성폭행이 비일비재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물에 타먹는 뽕(마약)’으로 이름 붙여진 이 마약은 데이트 강간 약물로, 정확한 명칭은 ‘GHB’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에서야 향정신성의약물로 지정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대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실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SNS인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물론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의 오픈카톡방(익명으로 다수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채팅방)을 통해 얼마든지 약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교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버닝 썬’ 내 물뽕을 이용한 성폭행 의혹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제보를 받고 있다. 사진=김상교 씨 인스타그램
이런 불법 의약물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곳이 클럽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나이트클럽에서는 속칭 ‘삐끼’로 불리는 웨이터들이, 클럽에서는 MD 등 직원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여성들에게 ‘물뽕’을 먹이고 정신을 잃은 틈을 타 룸을 예약한 남자들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클럽이 직접 물뽕을 구비해 남성 손님에게 판매하거나, 여성 손님들에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클럽 ‘버닝 썬’과 관련한 의혹도 여기서 출발한다. 앞서 피해자 김상교 씨는 ‘버닝 썬’에서 한 여성이 뭔가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한 남성 클럽 보디가드에 의해 끌려 나가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 속 여성이 ‘물뽕’의 피해자이며, 남성 보디가드는 ‘물뽕’에 취한 여성을 남성 손님들에게 보내기 위해 끌고 나갔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버닝 썬’ 경영진의 지시 하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제보되고 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클럽 직원들에게 이는 일상적인 일이라 다들 묵인하고, 클럽이 경찰에게 거액의 뒷돈을 쥐여 주어 수사를 하지 않는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버닝 썬’과 강남 경찰 간 유착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새로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은 지난 1월 29일 시작돼 30일 현재 7만 9000여 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실제로 클럽 내에서 물뽕이 ‘경영진의 지시’로 사용되고 있을까? 다수의 클럽 관계자들은 “그랬다간 업소 문 닫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대신 클럽 안에서 그 약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어디서 사와서 쓰는 사람들을 막는 것도 아니다. 간접적으로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클럽 MD인 A 씨는 “요즘처럼 ‘미투’로 민감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그랬다간 업소는 당장 문 닫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손님 끄는 걸로 ‘인센’을 받는 직원들의 경우는 취한 여성이 많을수록 이득이라 약이 사용 돼도 적극적으로 막을 생각을 안 하는 게 문제다. 만에 하나 경찰한테 걸려도 직원만 자르면 그만이기 때문에 경영진도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따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교 씨가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청원. 강간 약물 범죄 처벌과 버닝썬-강남 경찰 간 유착 관계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또 다른 전직 클럽 직원 B 씨는 “만에 하나 (여자 손님이) 약에 취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보고 남자 손님을 막아서거나 하면 욕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끼리도 그냥 쉬쉬하는 것도 있다”라며 “내부 분위기가 이러니까 아예 남자 손님들이 자기들끼리 어디서 물뽕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그런 모양이다. 클럽이 가방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막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가 제기한 ‘버닝 썬 물뽕 피해 여성 영상’과 관련해 버닝 썬 측은 지난 1월 29일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버닝 썬 측은 “VIP 테이블에서 여성 취객(태국인)이 테이블 술을 강제로 개봉하고 난동을 부렸고, ‘내가 왜 나가야 하느냐’며 메인 바 앞에서 가드 머리를 때리고 난동을 부려서 강제로 퇴장 조치를 하고 있는 영상”이라며 “경찰 출동 후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이 확인한 뒤 현행범으로 체포해 갔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태국인 여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버닝 썬의 가드가 사건 후 태국 여성이 보낸 사과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