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액 4조 7137억 원, 영업이익 2091억 원, 당기순이익 110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도에 비해 매출액(3조 5147억 원)과 영업이익(730억 원)이 증감률로 따지면 각각 34.1%와 186.1% 상승한 것이다. 특히 당기순이익(253억 원)은 336.2% 성장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호텔신라 측은 “한국 면세시장 성장 및 당사 영업 효율화에 따른 매출 및 이익 증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추친한 해외면세점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마카오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태국의 푸켓과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신라면세점의 해외사업은 초반에 고전을 극복하고 최근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면세사업권 연장에 성공한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경우 2017년 3분기 영업손실이 151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74억 원으로 감소했다. 홍콩 첵랍콕국제공항도 2017년 3분기에는 107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22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의 해외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8947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신라에 대한 향후 평가에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국내외 면세점 사업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실제 기획재정부는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신규 특허요건을 대폭 완화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입국장면세점도 들어선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형 성장은 양호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상위업체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일회성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사업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업자 면허 확대와 입국장 면세점 운영 등 대형사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 증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전자상거래법과 관련한 면세 수요인 보따리상(따이공) 구매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실적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이부진 사장은 면세사업 한계의 돌파구를 호텔사업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로 마련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동남아시아와 미국, 중국 등 해외 10여 곳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시작으로 이르면 올해 말 베트남 다낭에 ‘신라모노그램’이라는 신규 브랜드로 호텔을 개장한다. 2021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산호세)에 200여 개 객실 규모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열 예정이다.
다만, 해외 호텔은 위탁경영 형태로 진행한다. 위탁경영 방식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호텔경영 노하우가 있는 업체에 호텔 운영을 맡기는 것으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 주력해온 계약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호텔사업의 해외 확장이 호텔신라의 성장 동력에 얼마나 큰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호텔신라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 5208억 원, 영업이익은 1816억 원이다. 이 중 호텔&레저부문은 매출 3981억 원에 영업이익 106억 원으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약 10%와 6%다. 또 전통적인 호텔사업이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서비스 등으로 세계적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힐튼, 메리어트 등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들도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업체에 고객들을 빼앗기며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호텔신라가 진출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외신 등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현재 191개국 8만 1000개 도시에 500만 개의 숙소를 갖추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25% 늘어나 수치다. 반면 메리어트호텔의 경우 1년 동안 5% 늘어 130만 개 방에 그쳤다. 미국 뉴욕이나 마이애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숙박공유 서비스가 호텔의 수익을 침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2014~2016년 에어비앤비 매출 증가율은 연간 7~10%대를 보였지만, 호텔업계의 매출 증가율은 반대로 9%에서 5%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사업 해외 진출은 위탁경영 방식이어서 따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큰 위험성은 없다”며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호텔신라가 글로벌 호텔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이부진 이혼부터 집수리 비용까지 ‘개인송사도 숙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 개인적인 송사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이어져온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소송이 항소심 재판부 변경과 함께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기존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강민구)에서 가사2부(부장판사 김용대)로 바뀌었다. 이는 임 전 고문 측의 법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앞서 강민구 부장판사가 장충기 전 삼성 사장에게 안부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임 전 고문은 “재판부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긴밀한 관계로 재판이 객관성을 갖고 진행될지 우려돼 법관을 기피한다”고 이의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재판부를 변경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임 전 고문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1월 초 임 전 고문의 신청을 받아들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가 새로 배정되면서 이부진-임우재 이혼소송의 항소심 첫 재판 기일도 오는 2월 26일로 잡혔다. 이 사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공사비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 대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의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 개·증축 공사를 하면서 비용 전액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 등을 통해 정산했다”며 지난 1월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부진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 삼성물산 정연주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배임) 등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에 해당 사건을 배당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상보다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부진 사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해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 공사비 33억 원을 삼성물산이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이 회장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삼성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 자택 공사비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삼성 측에서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서 다 밝힌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