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창성장’ 투기 의혹 관련 손혜원 무소속 의원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 하지만 아직 움직임이 없다. 그 사이 언론 보도는 날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1월 29일에는 손혜원 의원 남동생이 나서, “누나(손혜원 의원)는 괴물”이라며 조카들에 대한 증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손 의원 측은 즉각 “소설을 쓴다”며 반박에 나섰다.
각종 손 의원 관련 의혹 보도가 쏟아지던 시점, 지켜보던 검찰도 유의미한 변화를 줬다.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에서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로 재배당했다. ‘매우 큰’ 의미다. 형사1부는 통상 ‘고발장’에 적힌 내용만 토대로 한다면, 특수부 성격의 형사6부는 문제를 더 찾아서 수사하는 곳이다. 강력한 수사를 점치는 여론이 조금씩 늘어난 이유다.
손혜원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요신문DB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확실하게 털겠다는 성격의 재배당인 만큼, 수사팀도 열심히 의혹을 모으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 압수수색도 없었지 않냐. 지금은 언론이 검찰 수사보다 앞서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언론 보도에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한 사실 판단 및 입증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는 “특수부는 언론이 잠잠해지면 그동안 불거진 의혹 가운데 입증이 가능한 영역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지금 나오는 의혹들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사실에 부합하느냐가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남동생 반박에 재반박, 남매 갈등까지…
SBS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창성장’ 매입 과정에 대해 손혜원 의원이 ‘차명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자, 손 의원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손 의원은 목포 현지 기자회견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조카 등에게 증여를 위해 산 것이다. 목포를 사랑해서 산 것이지 투기의 목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 재산을 목포시에 헌납하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의원의 동생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자신의 아들(손 의원 조카)에게 손 의원이 증여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 손 의원의 동생은 “집주인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등기권리증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창성장 등은 손 의원의 소유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누나를 ‘괴물’이라고 묘사한 그는 “지난해 초 누나가 큰형에게 여섯 번 떨어진 아버지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하라고 해서 의아했다”며 손 의원이 피우진 보훈처장을 만난 뒤 손 의원 아버지가 독립유공자가 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의원은 이를 적극 해명했다. 동생의 폭로에 대해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 소설 쓰는 것”이라고 반박한 손 의원은 “동생이 감옥에 있을 때 제일 편했다, 창성장을 3명 공동 명의로 한 것은 동생이 손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 적용 가능한 혐의는? 크게 3가지
그렇다면 적용 가능한 혐의는 무엇일까. △공무상 기밀누설(부패방지법 위반) △부동산 실명법 위반 △직권남용 등이라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지난해 창성장이 위치한 목포 구도심 거리가 통째로 문화재로 지정됐는데, 낙후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역발전을 꾀하자는 취지 하에 5년간 50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조카 등 손 의원 친인척과 손 의원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 그리고 지인들은 문화재 지정 1년 전부터 이 일대 건물들을 사들였는데, 문화재 지정 업무를 하는 문화재청 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인 손 의원이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부동산 매집에 나섰다면 공무상 기밀누설을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이 투기 목적을 입증할 수 있다면 부패방지법 위반 등도 적용할 수 있다.
창성장이 위치한 목포 문화재 거리 전경.
손혜원 의원은 목포 기자회견 당시 “문화재에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 되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직권남용 혐의도 수사 과정에서 찾아낼 수 있는 의혹이다. 만일 손 의원이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후 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된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손 의원은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제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하거나 남을 움직인 적이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한 상태다. 손 의원이 박물관에 채용 청탁을 하고, 작품을 사들이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 적용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혐의지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처벌도 가능하다. 관련법에 따르면 부동산 실소유주와 등기상 소유주는 같아야 하는데, 손 의원 동생은 “아들(손 의원 조카)이 실소유한 게 아니다, 손 의원이 실소유주”라는 맥락으로 폭로를 한 상황.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언론사도 수사해야 한다. 손 의원은 지난 1월 23일 목포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사 고발을 예고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SBS는 물론, 의혹들을 확장 보도한 매체들도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제대로 다 살펴보겠다는 얘기
그런 가운데 서울남부지검은 손혜원 의원에 대한 고발 사건을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에 배당했다. 단순 재배당이 아니다.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새롭게 수사를 맡게 된 형사 6부는 금융 범죄 중점 검찰청인 남부지검에서도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온 특수 사건 전담부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최준필 기자
형사6부는 피감기관 지원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혐의를 받았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혐의를 받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KT 특혜채용 사건 등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서들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칼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검찰 측은 “사건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사 인력과 노하우가 많은 특수 전담 부서로 옮겼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검찰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도 거론되는 이번 사안에 대해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지휘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재배당”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런 사안은 철저하게 청와대까지 수사 내용이 보고 된다”며 “그런 것을 감안할 때 청와대에서 손 의원을 정치적으로 봐주는 수사 결과를 내놓지는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배당이 ‘쇼’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는 “특수부에 배당하면 ‘탈탈 턴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언론도 더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냐”며 “그런 특수부가 ‘투기가 아니었다’고 해야 더 면죄부가 확실하게 주어진다. 그런 점까지 노린 정치적인 재배당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직 검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재경지역의 한 간부급 검사는 “정권이 바뀌면서 정권 눈치보고 수사했다가 불명예스럽게 ‘과거사 위원회’에 이름이 오르내리거나 수사 대상이 된 선후배들이 한둘이냐”며 “어설프게 눈치 보며 수사를 했다가는 누구든 몇 년 뒤에 구속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검찰 내에 팽배하다. 정권 눈치를 보며 수사를 살살 하거나 덮고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재배당은 정말 ‘제대로 다 살펴보겠다’고 풀이하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