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1일 “오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관한 조건부 업무협악(MOU)를 체결했다”며 “일반적인 M&A와 달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현물출자와 인수자의 대우조선해양 앞 유상증자 등이 복합된 복잡한 거래 구조를 띠고 있어 공개매각절차로 거래를 추진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관한 조건부 MOU가 체결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출자해 지주회사 역할을 할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선통합법인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호중공업 등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산업은행 측은 “삼성중공업에도 거래 참여 여부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조건과 비교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사업 부분이 겹치는 만큼 구조조정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그동안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기에 인력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라고 판단한다”며 “우리가 여기서 더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 조선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또 지주사 밑에 양사가 동등한 위치로 편입되는 것이기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합의안대로 거래가 끝나면 새롭게 출범할 조선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 측이 지분 26%, 산업은행이 18%를 가져 각각 1대주주, 2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동걸 회장은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고, 삼성중공업이 어떤 제안을 하는지에 따라 다른 구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이 삼성중공업이 아닌 현대중공업과 접촉한 이유에 대해 특혜라고 지적한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제시했던 조건을 삼성중공업에 모두 얘기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니까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판단이 훨씬 쉽다”며 “누가 먼저 협상했다고 그 기업에 특혜를 주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삼성중공업이 포기할 경우 3월 8일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 본계약 일정이 3월 8일 이전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대규모 손실 발생 및 유동성 부족에 따라 정상화 작업이 개시됐다. 회사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 결과 5000%를 상회하던 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졌고, 2017년 영업이익 700억 원을 올렸다. 2018년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