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도끼는 국제 레이팅에서 1위에 올랐다. 사진=한국마사회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청담도끼를 현역 최강마로 꼽았다.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국제 레이팅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뛰어난 경주력과 현재 전성기라는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 한 해 동안 펼친 활약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4월 헤럴드 경제배 우승을 시작으로 5월 YTN배 대상경주 우승, 7월 부산광역시장배 우승, 10월 KRA컵 클래식 우승(2연패) 등 거의 모든 대상경주를 싹쓸이할 정도로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그랑프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7년 그랑프리에서는 단승식 1.9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았지만, 당시 문세영 기수가 무리하게 선행 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4위에 그쳤고, 작년에도 투데이의 초반기습에 말려 트리플나인에게 우승을 내주고 2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대상경주에서 보여준 막강한 능력과 5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가 청담도끼를 최강마로 꼽는 뒷받침이 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 5일 박종곤 마방에서 리카디 마방으로 소속조를 옮겼는데, 필자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본다. 예전에도 리카디 조교사에 대해 ‘서울의 울즐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필자가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지만 리카디 조교사의 능력은 다른 전문가들도 공히 인정하고 있다.
기수도 안토니오로 교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 안토니오가 이 마필의 조교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85승으로 최다승에 오른 안토니오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 용병 중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 청담도끼가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트리플나인은 대통령배 4연패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대상경주를 석권했던 한국경마 역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마다. 전성기는 지났으나, 아직도 최정상급 경주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임기응변에 특히 강해 대상경주와 같은 큰 경주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다만, 올해로 7세가 된 나이가 유일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돌콩을 최강마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필자와 오랫동안 예상을 같이했던 김민수 전문가는 작년 코리아컵에서 청담도끼를 밀어내고 2위를 기록했다는 점, 그랑프리에서는 비록 4위에 그쳤지만 경주내용 면에서 트리플나인과 청담도끼보다 좋았다는 점을 들어 주저 없이 돌콩을 최강마로 꼽았다.
필자도 최근에 그랑프리 경주를 다시 복기해봤는데, 김민수 전문가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당시에는 컨디션 난조로 3개월 만에 출전했고, 16번이라는 최외곽 게이트의 불리함 때문에 시종일관 외곽 질주를 해 거리 손실을 많이 봤다. 또한 1월 24일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 출전해서도 뛰어난 경주력을 발휘하며 3위(1위와 1.75마신차)를 기록했다. 국제 레이팅 102점으로 공동 11위인 돌콩을 최강마로 꼽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국제 레이팅 107점으로 트리플나인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한 파워블레이드를 지목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삼관경주를 정복하며 3세마 챔피언을 지냈고, 2017년 그랑프리까지 우승한 명마 중에 명마였지만, 작년 7월 기저부 골절 수술 이후 장기 휴양 중에 있어 최강마 후보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레이팅 4위를 기록한 돌아온포경선이나 공동 5위를 기록한 에이스코리아와 실버울프를 최강마로 꼽는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레이팅에서는 높은 순위에 올라있지만, 최근의 보여준 경주력이 최강마라는 타이틀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현역 최강마는 과연 어떤 말일까.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과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국제 레이팅, 그리고 최근의 실전경주 능력 등을 종합해본 결과 현역 최강마는 청담도끼로 귀결됐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트리플나인과 비교해볼 때 올 한 해의 경주마 판도는 아무래도 젊은 청담도끼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리플나인의 7세라는 나이는 경주력 향상은 고사하고 유지조차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돌콩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두바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돌콩의 능력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돌콩이 청담도끼와 얼마나 대등한 경주를 할지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묘미가 될 것으로 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