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남양주시장.
[일요신문]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제약을 받아온 남양주가 오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 중 하나가 된 남양주. 분당, 판교 수준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남양주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조광한 남양주시장을 만났다.
―16년 만에 진보진영에서 나온 남양주 시장이다. 정당 교체 이후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지
“반년 정도 시정을 파악하고 남양주 변화를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민 행복지수와 관련한 생활 개선 분야는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남양주는 서울에 인접한 도시 중 지하철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서울에 가깝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도시임에도 시골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였다. 그 이유는 철도교통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3기 신도시 유치를 확정했다. 이번 신도시의 콘셉트가 ‘선교통 후입주’이듯 철도교통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남양주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양주 면적은 서울시에 필적할 만큼 크지만, 개발제한 구역 등이 많아 상대적으로 발전에 지장을 받아 왔다.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을 활용할 대안이나 대책은 있는지.
“남양주는 9개의 법률로 토지이용규제를 받는 중첩규제 지역이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이다. 특히 상수원보호구역은 자의적으로 지정하고 나중에 보완하다 보니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가혹하게 규제해놓고 정작 수질은 개선되지 않는 심각한 모순도 있었다. 지금 팔당댐을 보면 안다. 앞으론 낡고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수질 개선은 물론 해당 지역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남양주의 상수원은 수도권 전체의 문제이자 국가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양주도 관련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해결해 나갈 의지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3기 신도시 유치는 이 같은 남양주의 묵은 고민거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전기로 본다. 남양주의 산림과 하천을 해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도시 기능을 향상시키고, 남양주 전체 500만 평에 가까운 토지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지난달 22일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에 GTX B노선이 포함되지 않았다. 왕숙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선 교통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인데 GTX B노선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22일 정부 발표에서 GTX B노선의 예비타당성 심사 면제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전까지 GTX B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청량리까지 그리고 마석까지 노선을 계획했고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심사에서 고배를 마셔왔다. 하지만 3기 신도시 건설로 경제성 문제도 해결했다고 본다. 3기 신도시 주택의 절반 이상이 남양주에 지어지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가 정부가 미래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결정을 한다면 사실상 예비타당성 심사는 통과한 것과 다름없다. 엄밀히 말해 행정적 절차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예타 면제에 연연하지 않는다. 예컨대 하버드 대학에 갈 충분한 실력이 되는 학생이 굳이 특례 입학을 시켜달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3기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GTX B노선의 착공은 머지않을 것이다. 더구나 인천과 남양주가 정부에 패스트트랙을 써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교통이 갖춰져도 분당이나 판교 같은 자족도시가 되려면 일자리, 문화, 의료시설 같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그리고 남양주시와 왕숙신도시를 앞으로 어떻게 변화, 발전시켜갈 것인지.
“신도시의 성패는 일자리와 주거에 달려있다. 단순한 베드타운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남양주시민 3분의 1은 서울로 먹고살기 위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남양주에서 해결할 수는 없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왕숙1지구는 총 8.9㎢ 면적에 주택 5만 3000호가 공급되고 신설 예정인 GTX-B역사를 중심으로 판교테크노밸리의 2배 규모인 140만㎡의 자족용지와 그 배후 주거단지를 연계해 직장과 주거가 함께하는 직주 근접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판교의 2배인 16만 개의 일자리를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남양주시장으로서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유치 세일즈에 나설 것이다. 또한 자족 용지를 도시첨단 산단으로 중복 지정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스마트그리드 산업,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정보통신, 사물인터넷, 미래형자동차, R&D단지 등 양질의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해 수도권 동북부의 첨단산업 메카로 조성하려 한다. 왕숙2지구는 총 2.4㎢ 부지에 주택 1만 3000호가 공급된다. 이곳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청년예술촌, 테마가 있는 문화거리, 문화예술 창작단지, 청년 연극단지 등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해 서울 못지않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 참여’,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정’처럼 조광한 시장을 대표하는 시정 철학이 있다면.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 즉 ‘새로운 변화’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정약용 선생은 자서전 격인 ‘자찬묘지명’에서 ‘경세유표’의 저작 목적을 신아지구방이라 표현했다.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백성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약용 선생의 꿈이듯 그 꿈을 이어받아 새로운 남양주를 만들고자 한다. 정약용 선생이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 남양주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정약용 마케팅을 추진해 문화가 풍성한 남양주를 가꾸는 계획도 있다. 신도시의 성공을 시작으로 경제적, 문화적, 시민사회적인 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도시의 토대를 갖추고 ‘2030년 수도권 동북부 거점도시 조성’과 ‘2050년 녹색 자족도시 완성’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계획이다. 열수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을 마음을 새기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남양주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약자들이 능동적인 삶을 살며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이다.”
김장수·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