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4시간 20분에 걸쳐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범위’ 내에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의결 대리행사 권유 등은 이번에는 행사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연금이 추진하는 대로 정관변경이 되면, 현재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 상태인 조양호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한진칼 등기 이사에서 자동 해임 될 수 있다. 그밖에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한진칼을 ‘중정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수탁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한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비경영 참여적인 주주권 행사는 좀 더 최대한 행사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좀 더 준비된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서 빠졌다. ‘10%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의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10%룰은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에 대해 의무사항을 정해두고 있다. 주주가 경영에 관여해 얻은 기업 내부정보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로 △지분 변동사항 5일 이내 공시 △6개월 이내 단기 매매차익 반환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금융위원회의 해석결과 ‘단기 매매차익반환 대상’에 해당된다.
박능후 장관은 대한항공 경영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 운영의 근본적 목적은 기금의 수익성”이라며 “사안이 악화된다면 단기매매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10%룰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도 대한항공의 지주사로서 한진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지 않으면서도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이번 기금운용위의 판단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