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은 아름다운 기억이 머무는 살맛 나는 도시이다. 사진제공=안산시
[일요신문] 안산(安山)은 평안한 땅이다. 그래서 사람이 넉넉하고, 그래서 예와 멋이 풍성하다. 조선 삼원(三園) 중 으뜸이자 풍속화의 대가인 단원(檀園) 김홍도가 이 땅에서 태어났고, 실학사상의 대가 성호(星湖) 이익이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일제의 식민지 수탈에 의해 피폐된 농촌사회의 부흥을 위하여 농촌계몽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 최용신 선생이 이 땅 안산 사람이다. 최용신 선생은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실제 여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백성을 위한 애민과 조국을 위한 애국과 예술을 사랑했던 사람들, 그들이 가꾸고 지켜낸 안산에는 아름다운 기억이 머문다.
#이색여행지 ‘다문화거리’
아름다운 기억이 머물기에 안산에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원곡동 다문화거리는 안산이 국제도시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곳은 중국, 인도네시아, 몽골, 베트남 등 60여 개국 외국인의 생활공간이다.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되었으며, 아시아권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안산 주변으로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다문화거리는 한국 속 외국인지, 외국 속 한국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외국 상점과 외국 식당이 즐비하다.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자국의 향수를 달랠 고향 같은 곳으로, 한국인들에게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외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90여 개 아시아권 식당뿐 아니라 아시아 마트가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음식과 물품을 접할 수 있다.
2009년에는 ‘음식문화시범거리’로 경기도 지정을 받으면서 음식문화관광도시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위생환경개선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부도의 걷기 좋은 길 ‘대부 해솔길’
대부해솔길은 해안선을 따라 대부도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이다. 총 7개 코스 74km로 대부도의 자연 경관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다. 방아머리 선착장을 시작으로 구봉도, 대부남동, 선감도, 탄도항을 거쳐 대송단지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제1코스로 방아머리에서 돈지섬안길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바닷길을 개미허리다리로 연결해 놓은 낙조전망대는 낙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사진작가들에게도 매우 인기 있는 코스이며, 바닷길을 건널 수 있는 산책로로 매우 인기 있는 코스다.
대부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대부해솔길은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되어 소나무숲길, 염전길, 석양길, 바닷길, 갯벌길, 포도밭길, 시골길 등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해 갯벌과 철새도 만날 수 있어 여름철에는 갯벌 체험을 하기 위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바닷길을 건널 수 있는 산책로 ‘대부 해솔길’. (사진제공=안산시)
#‘탄도 바닷길’ ‘안산갈대습지공원’ ‘풍도’
탄도는 대부도 본 섬과 선감도, 불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이다. ‘탄도 바닷길’은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탄도에서 1.2km 떨어진 무인도 누에섬의 등대전망대와 썰물 때 하루 두 차례 4시간씩 드러나는 갯벌은 바쁜 도시민들의 최적의 휴식공간이다. 이때는 자동차나 도보로 갯벌을 탐험할 수 있다. 탄도에서 연결된 진입로를 따라 10여 분쯤 걸어가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등대 전망대와 풍력발전기도 볼 수 있다. 대부해솔길 제6코스에 해당하는 탄도항에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과 탄도등대전망대가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수생 식물과 갈대를 이용한 자연 정화처리 시설로, 시화호로 유입되는 여러 지류의 수질 정화를 담당하는 인공 습지다.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한 104만 ㎢의 국내 최대 규모 인공습지 공원이다. 갈대숲, 조류관찰대, 시화호 상류 풍경이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격이다. 2002년 개장 이후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자연 생태 환경을 보호하는 살아있는 교육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갈대습지공원 입구에 마련된 조류관찰대에서는 2002년 이후 꾸준히 늘어난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금계화, 해당과, 개망초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사냥하는 왜가리도 볼 수 있다.
대부도에서 24km 떨어진 작은 섬 풍도는 예부터 단풍나무가 아름다워 풍도(楓島)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청일 전쟁 때 이 섬 앞바다에서 승리한 일본이 풍도(豊島)로 고쳐 불렀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에 속한다. 서해의 다른 섬들에 비해 수심이 깊어 우럭, 노래미 등의 생선이 많이 잡히고 산나물, 약초도 많이 난다. 봄에는 섬 전체가 야생화로 뒤덮여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인천여객터미널이나 대부도에서 하루 한 번 운항하는 배를 타고 풍도에 들어갈 수 있다.
#서해 바다의 아름다운 석양, ‘구봉도 낙조’
대부도의 북단에 위치한 구봉도는 봉우리가 아홉 개 있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이 중 높이 솟은 두 개의 바위가 눈에 띄는데, 큰 바위는 ‘할배바위’ 작은 바위는 ‘할매바위’라 불리운다. 이 두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석양은 서해안 최고의 절경으로 유명하다. 구봉도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 캠핑족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구봉도 낙조전망대는 서해안의 아름다운 낙조와 대부도의 비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일몰과 노을빛을 형상화한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동그란 띠와 석양 모양의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부도 최고의 포토존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바다와 석양의 멋진 장관을 카메라에 담기 좋은 장소로 사진작가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해안의 아름다운 낙조와 대부도의 비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구봉도 낙조전망대’. 사진제공=안산시
#안산 먹방 투어
안산에는 볼 것만큼 먹을 것도 많다. 눈으로 안산을 즐겼다면, 출출한 배는 안산의 대표 음식인 ‘성호지휴 삼두밥상’으로 채워봄을 추천한다. ‘성호지휴 삼두밥상’은 실학의 대가 성호 이익 선생이 안산에 머물며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때에 직접 콩농사를 지어 황두즙을 끓인 콩죽, 황두채를 절인 콩나물, 황두메주를 담가 만든 된장 이 세 가지를 먹거리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삼두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이 세 가지 음식으로 즐거움을 나누며 실학사상을 실천한 데서 유래됐다. 그래서 ‘성호지휴 삼두밥상’은 성호 이익 선생이 콩나물, 된장, 콩죽을 나누며 실천하고자 한 실학정신과 검소함, 콩의 유용성 등을 살리고 오늘날 현대인의 입맛과 건강에 맞도록 재구성하여 안산의 특화음식으로 개발됐다.
허기진 배를 채웠다면 후식으로는 포도의 대명사, ‘대부도 포도’가 좋다. ‘대부도 포도’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인증을 받아 ‘무농약’, ‘저농약’ 재배 단지를 조성해 우수한 품종의 포도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대부도는 바닷바람과 습도, 일교차, 토양 등 환경 요인이 포도 재배에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부도포도는 육지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포도가 생산되는 만큼 와인도 일품이다. 안산의 그랑꼬또 와인은 상큼한 향과 산뜻한 신맛 그리고 부드러운 단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찾는 이들이 많다.
안산은 사람이 있어 풍요롭고, 사람이 있어 아름다운 도시다.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가꾼 도시. 그래서 안산에는 사람 냄새, 삶의 향기가 가득하다. 안산에서는 보는 것 하나, 먹는 것 하나, 그 하나하나가 새로운 인연이다. 그러기에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의 도시 안산 여행은 결국, 나도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일상에 지친 그대여! 사랑하는 이와 함께 대부도 바닷가에서 와인 한 잔 기울이며 삶의 여유를 되찾아 봄이 어떠한가.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