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소년이 만달레이 시장과 함께.
[일요신문] 만달레이에 사는 7세의 소년이 주정부에 편지를 썼습니다. 자기 저금통에 그간 모은 돈을 깨서 보내니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을 세우는 데 꼭 써달라는 내용입니다. 신문기사를 읽고, 그 모금의 기부자 리스트를 보고 자기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부금은 375만 짯. 한화로는 275만 원이나 되는 큰돈입니다. 이 소년의 이름은 뻬 퓨윈(Pyae Phyo Wint).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미안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는 큰 거리는 가로등이 속속 세워져 저녁이면 컴컴했던 거리가 환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동네 거리나 골목들은 컴컴해 어른들이 집앞에서 자녀들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모금운동을 하는 중입니다. 비용이 너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 소년이 이 큰 기부금을 모은 과정이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삼촌 이모 등 가족들이 그간 준 용돈, 점심 빵값 등을 쓰지도 먹지도 않고 고스란히 모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부하기 직전에는 부모님께 설득해 60만 짯을 더 보탰다고 합니다. 가로등 5대를 꼭 세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삼촌 이모들이 넌 아이폰이나 좋은 옷 사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그 소년은 가로등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농가 아이들이 건초를 주우러 다니는 모습.
이 소식은 소년의 편지를 받고 시장과 공무원들이 기부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기부활동을 하기엔 너무나 어린 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는 기부지수가 매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툽니다. 한 조사에서 국민 91%가 참여한 해도 있습니다. 기부와 함께 봉사활동 부문에도 두드러집니다. 기부지수가 높다고 꼭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기부가 많을수록 사회가 행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소년이 기부하며 보낸 편지.
기부라는 말은 서양에서 온 개념입니다. 여전히 자기 것을 남에게 준다는 뜻이 강합니다. 동양에서는 가진 것이 많기에 버린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뜻의 적절한 단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누는 게 아니라 스스로 버려야 한다는 것. 우리는 누구나 이미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만달레이 소년의 편지를 읽으며, 제가 사는 만달레이 골목들이 곧 밝아질 날이 있으리란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소년이 5개의 가로등을 세웠으니까요.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