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AFC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를 놀라게 한 카타르 축구 대표팀. 사진=EPA/연합뉴스
[일요신문]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개최국 카타르의 항해가 본격 닻을 올렸다. 카타르는 ‘2019 AFC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3년 뒤 월드컵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카타르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카타르는 아시안컵 7경기에서 19골을 몰아치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실점은 결승전에서 일본에 허용한 1골이 전부였다. 카타르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한국, UAE(아랍에미리트), 일본을 연파하며 아시아 축구 왕좌를 차지했다.
아시아 축구계는 카타르가 일으킨 돌풍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카타르가 아시안컵 전만 해도 ‘아시아 축구 변방’이란 평가를 받던 까닭이다. 카타르는 보란 듯이 탈아시아급 전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성공 개최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던 국제 축구계 관계자들 역시 카타르가 선보인 경기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월 4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시안컵 역사상 6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국가는 카타르가 최초”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 ‘석유 부국’ 카타르의 스포츠 굴기… “스포츠는 최우선 순위 사업, 최고 인기 스포츠는 축구”
‘석유 부국’ 카타르 수도 도하의 야경. 사진=EPA/연합뉴스
카타르는 3면이 페르시아만에 둘러싸인 카타르 반도에 터를 잡은 나라다. 인구는 268만 명. 영토는 작지만 경제력은 엄청나다. 2017년 기준 카타르 1인당 국민소득(GDP)은 6만 4447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소득 수준이다.
카타르가 부유함을 자랑하는 이면엔 풍부한 자원이 있다. 카타르는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한다. 1971년 영국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선언한 카타르는 ‘제2차 오일쇼크’란 호재를 맞아 석유 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카타르 체육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카타르 국민들은 ‘먹고 살 걱정’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먹고 살 걱정이 없는 까닭에 스포츠를 향한 카타르 국민의 관심은 상당히 높다. 그 가운데 최고 인기 스포츠는 축구”라고 말했다.
카타르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유치에도 성공했다. 중동의 소국 카타르가 얼마나 스포츠에 큰 비중을 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카타르의 영향력 역시 막강하다. 영향력은 비단 축구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카타르 스포츠 대부’라 불리는 다흘란 알 하마는 국제육상경기연맹 부회장과 아시아육상경기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카타르 체육계 관계자들은 종목별 국제 연맹에서 ‘머니 파워’를 과시하며 세를 넓히는 중이다.
이는 카타르 스포츠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카타르는 도하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아시안게임 종합순위 TOP 20’에 꾸준히 진입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남자 높이뛰기에 출전한 무타즈 에사 바심이 카타르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일구기도 했다.
그 가운데 2019년 아시안컵 우승은 카타르 스포츠계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스포츠를 향한 카타르의 집념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타르의 시선은 자국에서 개최하는 ‘2022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카타르 체육계 관계자는 “세계 강팀이 모두 모이는 월드컵은 분명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는 다시 한번 이변에 도전할 것”이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 최초의 ‘사막 월드컵’, 손님맞이에 만전 기하는 카타르… 145조 원 투입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루사일 국립 경기장 모형도. 사진=EPA/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실험적인 대회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막에서 열리는 월드컵인 까닭이다. FIFA는 50도가 넘는 카타르의 불볕더위를 고려해 대회 개최 시기를 겨울(11월)로 미뤘다.
‘사막 월드컵’을 준비하는 카타르 당국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카타르는 경기장, 도로 및 철도, 호텔 등 인프라 구축에 무려 1,000억 파운드(한화 약 145조 원 규모)란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했다.
인프라 구축 공사 현장에 동원된 노동자 수는 어마어마하다. 무려 120만 명이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카타르 인구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2022 월드컵’ 성공 개최를 준비하는 카타르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카타르는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로비 논란’과 더불어 “살인 더위 속 월드컵 개최가 가능하느냐”는 의문 역시 존재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격이 다른 준비 작업을 통해 수많은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카타르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 역시 여러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개최국이 조기 탈락하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카타르는 이런 우려를 아시안컵에서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씻어냈다.
월드컵이 3년 남은 시점. 카타르의 월드컵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화끈한 ‘예고편’을 자랑하고 있는 카타르 월드컵이 성공적인 결말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한 카타르의 ‘사막 월드컵’ 준비 과정은 축구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아시안컵서 카타르 응원한 영국인 체포된 사연은? ‘2019 AFC 아시안컵’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됐다. UAE 입장에서 카타르의 우승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두 나라 사이의 외교가 단절된 까닭이다. 2017년 6월 UAE는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가 암암리에 테러단체 자금을 지원했으며, 이런 행동이 중동 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UAE와 카타르 양국은 외교관 철수와 더불어 항공기, 선박 등 이동 경로를 차단했다. 단교 과정에서 UAE 외교부는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카타르에 동조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범법자는 수감될 수 있으며 벌금을 물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19 아시안컵’에선 양국의 갈등에서 비롯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UAE 현지에서 카타르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던 영국인 알리 이사 아마드가 경찰에 체포된 것. 1월 23일 카타르와 이라크의 경기를 관전하던 아마드는 카타르 대표팀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다. UAE 국민 두 명은 아마드를 쫓아가 폭행을 시도했다. 아마드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이 체포한 건 아마드였다. 이 사건은 2월 4일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UAE 당국은 “아마드가 카타르 유니폼을 입어서 체포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영국 외교부는 사건 해결을 위해 UAE 당국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섭] |